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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11. 2022

나는 임원이다

중소기업의...

 나는 임원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매출 수조 원대의 대기업의 임원은 아니지만, 나는 중소기업의 임원이다.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마음 깊이 이해  및 동의하고, 더 나아가 비전과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언행을 일치시키며,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마음에 새기려 하고 있다.


 예전 큰 조직의 선배 임원들의 본받고 싶었던 모습들과 진정한 임원의 자존심을 가슴 깊숙히 간직하고, 비록 척박한 현실의 필요와 밥벌이의 위엄에 굴복하더라도 가끔씩 꺼내보는 젊은 시절의 사진 한 장처럼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수많은 의사결정과 결재 '클릭' 속에서 나도 모르게 켜켜이 쌓여가는 책임으로 매일 어깨 위 부담은 천근만근 늘어가지만, 그래도 임원으로서 오늘도 내 앞에 쌓인 결재 문서에 열심히 나의 책임과 이름을 새긴다.


 어설프게 어깨너머로 배운 임원의 자세로 직원의 功(공)은 내 것까지 보태서 인정해주고, 직원의 過(과)는 식어버린 찬밥과 반찬을 먹어 치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다 내 탓으로 돌린다.


 그간 겨우겨우 쌓아놓은 나의 지식, 경험, 지혜는 매일 봄날 눈 녹듯이 사라져 감을 느끼면서도 그 빈 곳을 미처 채우지 못하고 저무는 하루, 또 하루를 지내다 보면 저 눈같이 녹아내리는 나의 知的 재산과 함께 나의 미래도 다 녹아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속에 잠든다.


 억대 연봉이라는 신기루에 속아서, 받아본 월급 명세서에 그 전보다 세금이 倍(배) 가까이 늘고 괜히 씀씀이만 '임원급'이 되어 통장 잔고는 오히려 줄었지만, 그래도 '기업의 별'이라는 다른 세상의 별칭까지 갖다 붙이면서, 자위한다.


 '하늘이 내리는 장남'이라는 말속의 장남 마냥, 임원은 운명적으로 항상 매사에 초인의 힘으로 인내하고, 상사와 부하로부터 이해를 강요당하며, 결국 끝까지 자신의 의지보다는 타인과 조직의 대변인으로서 職(직)을 사수해야 한다.


나는 임원이지만, 임원이 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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