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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20. 2022

임원과 배터리의 유사점

임원이 오래 못 가는 이유

 임원의 리더십과 조직관리에 관한 유명 강사의 특강을 들었다. 내용은 구구절절 모두 적절했고, 현실과 교육 내용 사이의 괴리는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와 현실 세계와의 차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 시간 반의 교육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임원의 역할과 의무는 비인간적이다.'로 요약할 수 있었다.



  양적, 질적으로 너무 많다.

 

임원도 흔히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등 위계가 나눠져 있으니 특강에서 언급한 그 많은 임원의 책임과 의무가  모든 임원에 균등하게 해당하는 역할은 아닐지라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재밌는 게 위로 올라갈수록 법적인 사회적인 책임은 많다고 하는데-예전 어느 기사에선가 법적인 대표이사가 되면 1000개가 넘는 민형사 책임의 대상자가 된다고 한다-구체적인 행위 중심의 해야 할 일은 많지 않다. 그러니 교육과정 중 나온 리더십, 부하관리, 조직관리를 위한 언행 등은 대부분 하위급 임원의 할 일로 보였다.



 상반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느 지인은 임원의 역할이 아수라 백작이라고 표현하던데, 차가우면서도 뜨겁게,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등 대립적인 개념을 동시에 구현하길 바라는 것이 대다수다. 가령 실책이나 과오에 대해선 따끔하게 지적해주되 기분 나쁘지 않게처럼. 거창한 귀인 오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나 말고 다른 사람이나 환경 탓을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또한 요즘 정치권을 중심으로 말하는 사람은 사과한다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꼭 그렇지는 않은 '유감이다'처럼 요즘은 명백한 잘못이 있어도, 사과하면 인정하는 거다 손해다 라는 앞뒤가 안 맞는 생각들로 非진정한 사과조차도 안 하는 세태다. 이를 반영하듯 조직 내에서도 실책이나 과오를 리더로서 지적하면 '죄송하다'는 말을 듣는 건 매우 어렵다. 그리고 평소에 유대와 신뢰를 쌓아놓으면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라고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가기 전에 기분과 감정이라는 늪에 빠져 위에서 바란 자기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 선순환은 매우 희박하다.



 임원과 배터리 성능의 유사점


 결국 이렇게 어려운 임원 자리는 한 사람이 다중인격자가 아닌 담에는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구성원들은 입퇴사나 전배 등으로 인원 변동이 생긴다-에게 공히 적용되는 리더십 등을 보유, 발휘하긴 어렵다. 임원이 골프 클럽처럼 거리별로 번호가 매겨져 있어서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비거리를 조정할 수 있다면 가능하겠으나, 임원도 사람이고 결국 목표는 성과 창출이라는 지상 명제에 짓눌려 있기에 한 손가락 숫자만큼의 다양한 리더십 수단만 가지고 있어도 기적적인 수준이다.


 그럼 이렇게 어렵고 중요한 임원 역할을 조직에서 계속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을까?

 결국 방법은 자주 바꾸는 거다. 마치 전쟁 영화에서 밀려오는 적들을 향해 거치해 놓은 기관총의 사수가 전사하면 곧바로 다른 사람이 그 총을 잡고 사격을 계속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임원 자리에 앉는 사람을 바꾸는 거다.

 이런 단기적인 임원의 운명을 감안하여 임원이 되면 높은 보상과 많은 처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하게 기간만 놓고 봐도 위에 서술한 비인간적인 부담과 짧은 수명을 온전히 보전하기 어렵다.

 저자의 다른 브런치 글(임원은 선택이 아닌 의무였다, https://brunch.co.kr/@alwaystart/62)에서 언급한 것처럼 임원은 조직 내에서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갈수도 안갈수도 있는 선택의 길이라기 보다는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와 연차와 경력이 쌓이면 생명 연장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길인 것이다. 마치 태양이 지면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것처럼.


 스마트폰 배터리도 처음 구입하여 사용할 때는 만충시 100%의 성능을 내다가, 사용 기간에 반비례하여 만충시 낼 수 있는 성능이 줄어드는 것처럼, 임원도 선임되는 순간부터 배터리처럼 만충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감히 조직 내 임원의 95% 이상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임원 중 이사나 상무처럼 초임 임원의 3년 이내 퇴임률이 가장 높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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