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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11. 2022

임원은 선택이 아닌 의무였다

조직 내 생명 연장의 꿈

 20여 년이 넘는 조직 생활을 하면서 한 직장에서 15년 이상을 다닐 정도로 이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요 몇 년 새 이직 시장에 참여하면서 아는 헤드헌터도 생기고 이직 시장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알게 됐다. 아는 헤드헌터가 어느 날엔가 내게 '부장님, 이젠 어딜 가시든 임원으로 가셔야죠.' 라고 말했다. 맨 처음엔 행운을 비는 말로만 이해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반쯤은 이젠 임원 자리 아니면 다른 데 갈 곳이 없다는 의미란 걸 알게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즘은 기업의 연말 임원 인사에서 30대 임원의 등용이 기삿거리가 되긴 하지만, 오너家의 일원이 아닌 다음에야, 30대 임원은 여전히 매우 희귀하다. 연구개발이나 영업직무에서 빼어난 성과를 낸 사람 정도가 종종 40대 임원이 되곤 한다. 아직도 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후반이 가장 많다고 봐야 한다.('22년 삼성전자 상무 평균 연령 47세)




 임원은 흔히 '기업의 별'이라고 칭하고 조직이 주는 개인 성과에 대한 최고의 보상으로서 가장 선망되는 자리라고 할 수 있고, 뛰어난 인재에게 주는 보상처럼 보인다. 다른 의미로는 나이와 경력상 이젠 임원의 역할이 아니면 더 이상 조직에서 설 자리가 없는 커리어 징검다리의 다음 돌과 같은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위에 말한 임원의 평균 연령인 40대 중후반쯤 되면 이젠 더 이상 그간 해오던 업무 담당자나 팀장 정도의 역할 수행으로는 지금 받고 있는 보상의 수준과 조직의 기대에 맞는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즉, 임원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조직에 머물면서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조직은 지속적으로 신입이나 경력 사원을 조직의 하부에 충원해서 밀어 올리고 임원 후보자들이 익숙하게 했던 업무들은 점점 후배 직원들이 담당하게 되거나, 업무가 아예 소멸되기까지 한다. 물론,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서서히 기업 레벨을 낮추면서 같은 직급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불과 몇 년 동안 가능한 시나리오이지 영원할 수는 없다. 기업 레벨을 낮춰서 직급을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더 크고 힘들지도 모른다.

 결국 이렇게 임원이 될 준비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다. 그 의무도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의 몫이 아닌 조직 내 생명 연장의 꿈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몫인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에서 40대 중반까지 임원이 되기 위한 실력과 성과, 조직 내 입지를 갖춰야 한다.

 임원의 자격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의무이자 생존 조건이다.

 혹시 우리나라의 경직된 근로기준법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모욕이든 참고 버티면 회사는 나를 해고하거나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위에 말한 어떤 모욕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내일 아침도 알람 소리에 반사적으로 출근하게 될 그 조직은 대부분의 경우 내겐 사람 좋은 미소를 안겨주지만, 그 조직이 주는 모욕은 그렇게 쉽게 버티기가 어려운 매우 힘든 경험이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생각은 개인의 인격과 자존감을 위해서 그리고 창창한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절대 비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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