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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다면평가에 대처하는 법

by Phd choi 최우수

다면평가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도 꽤 오래됐다. 정확한 시기를 말하긴 어렵지만 대기업 생활을 23년 전에 시작한 저자가 조직 생활 중에 접했으니, 21세기 접어들어서 도입되지 않았을까 합리적 추정을 해본다.



다면평가의 교과서적인 목적


다면평가의 주목적은 무엇인가? 상사만의 일방적인 평가를 벗어나서 피평가자의 동료로서 상사로서의 모습을 평가하자는 이유일 테고, 무기명으로 하는 경우엔- 기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좀 더 솔직하고 리얼한 얘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이름이 다면평가긴 하지만 조직의 궁극적인 목적은 피평가자에게 성장과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주고, 이를 통해서 조직도 더 나은 리더십과 조직관리를 확보하기 위함 일 것이다. 또한 최근 조직의 트렌드에 맞춰 동료, 부하와의 협업이나 조직문화, 마음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다면평가의 현실은?


그러면 다면평가의 현실은 어떨까? 조직 내 다면평가 평가자들은 위에 적은 본연의 목적과 취지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다면평가를 하고 있을까?


다면평가 평가자 자격시험은 없지만, 다면 평가를 본인들의 화풀이나 피평가자 저격용으로 사용하는 구성원들은 매우 많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잘못된 활용을 견제하거나 막을 방법도 거의 없다. 자유스러운 의견 개진을 빙자한 익명성으로 인해, 블라인드의 배설 수준의 게시글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직 내에서 시행하니 블라인드처럼 서버가 외국에 있어서 작성자 확인 불가라는 실드가 없는 게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잘못 사용된 다면 평가야 말로 요즘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지다 못해 90도 경사로 뒤집어진 조직 내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의 폐해를 보여준다. 예전과 같은 직책과 권한으로 직원들의 업무와 행동을 제어할 방법은 없고-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수준 이하의 언행은 제외- 대안으로 제시되는 코칭과 피드백도 두 방법의 본질적인 성격이 상대방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 조언 수준이라, 회사라는 상하관계에서 과연 적합하고 유효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결국 다면평가의 5점 척도를 의식해서 친절 사원상 수상에 도전하는 심정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구성원을 운용해야 하는가? 소위 기분 안 나쁘게 지적하고, 본인의 과실에 대한 반성이나 인정, 사과도 없는데 실책 한 구성원의 마음을 풀어줘야 하는가? 아니면 평가(고과)로 제어할 수 있을까? 이미 조용한 퇴직이니 구인난이니 해서 웬만한 극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곤, 회사에 다녀주는 게 고마운 인력 환경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환경에서 오히려 전세는 역전되어 잘못이 떳떳하고 그걸 지적하는 상사가 사람 괴롭히는 빌런으로 둔갑되기 일쑤다.



부당한 다면평가에 대처하는 법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어찌해야 하는가?

1. 언행을 바로 해야 한다. 즉, 직원을 기분 나쁘게 만든 거-모욕, 비하는 제외- 빼곤 속된 말로 꼬투리 잡힐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 나는 부하 직원과 정분과 신뢰를 쌓아 반말이나 잔심부름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결국 휘두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상대방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그런 언행은 언제든 직장 내 괴롭힘의 증거로 남는다.

2. 기록해야 한다. 망각 기능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꺼둘 수 없다 해도, 직원들의 업무적 실책들을 기록해야 한다. 혹은 논쟁적 상황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기록도 최대한 남겨둬야 한다.

3. 리더십과 조직관리를 잘해야 한다. 비뚤어진 다면평가 결과엔 전혀 영향을 줄 수 없지만, 최소한 이러한 다면평가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또 하나의 다면평가, 모든 직원들의 눈과 귀, 입을 통해서 행해지는 본인에 대한 조직의 評(평)을 관리해야 한다. 즉,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는 여론과 분위기를 형성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4. 성과를 내야 한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도 리더도 없다. 그럼 결국 조직도 본질적으로 이 사람이 성과를 내고 있는가? 필요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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