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DNA가 왜 중요한가?
대기업 계열사에 16년 넘게 다녔다. 첫 출근날 아침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첫 출근에 박스형 007 가방을 들고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세월의 차이를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시기는 바야흐로 20세기 마지막 해였다.)
그렇게 16년을 다닌 회사의 소속 직원끼리의 다니는 회사에 대한 자위 어린 별칭이 '머슴 회사'였다. 그때 당시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계열사에 서비스를 제공해서 발생했고, 영업이익은 더해서 80% 이상이었으니 꽤 근거 있는 별칭이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도 별칭의 근거였지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건물 유지, 조경 등 사극에 나오는 머슴이나 집사의 역할이 연상되는 특성이 있는 것도 큰 이유였다.
예전 작고하신 대기업 회장이 업의 정의를 매우 강조했었다. 업의 정의에 따라 사업 전략과 실행이 달라짐은 물론이고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 리더십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벅스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공간은 다방에서 시작하여 좀 더 진화한 것이 카페였지만, 스타벅스가 국내에 상륙하고 난 뒤에 카페는 차 마시는 곳에서, 차를 마시며 머무는 곳이 되었고, 업의 정의가 바뀌면서 머물기 위한 장소의 정의에 맞는 인테리어, 메뉴, 시설 등이 연이어 바뀌게 되었다. 결국 이를 선점한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중 압도적인 점유율과 매출 성장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업의 정의는 비즈니스와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업의 특성은 직원들의 마인드와 조직에 대한 로열티, 이직률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능동적으로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개척과 고객 니즈 마저 창출하는 회사의 직원들의 업무 DNA와 OEM같이 제품 개발, 생산, 가격 책정, 마케팅 등 전 부문이 외부 의존적, 수동적인 회사의 DNA(편의상 OEM DNA라 하자)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에 서술한 업의 특성에 따른 적응과 특성은 비난받을 일은 아니고,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시사철 여름인 적도 근처의 나라 사람들이 사계절에 대한 적응력이 낮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는 것처럼. 하지만, 이러한 업의 정의에 연동된 조직과 구성원의 DNA가 일하는 방식이 창의적이고 변화무쌍하며 유연해야 하는 요즘 경영상황에 대비해 보면 '업의 특성에 따른 불가피한 수동성'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부작용이 꽤 크다. 이러한 OEM DNA가 아이러니하게도 조직의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살기 위해서 한 일이 오히려 나를 해하는 상황이다.
업을 단시간에 바꿀 수 없으니 대안은 무엇인가?
OEM DNA를 가진 회사는 스타벅스나 애플처럼 대표적인 창의, 혁신기업보다 업의 새로운 정의와 변신을 위한 노력을 더 많이 의도적으로 해야 한다. 업의 정의가 혁신과 변화 지향적인 회사는 굳이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될 노력을 OEM DNA를 가진 회사는 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뭉쳐야 찬다'의 예능 프로그램 속 축구 이외의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서 축구를 배우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OEM DNA를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이러한 노력들이 더욱 힘드며, 이것이 OEM DNA를 벗어나는 노력이 성공하기 어려운 주요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어려운 걸 해내는' OEM DNA 회사는 OEM 회사의 가장 큰 고민인 차별화라는 부문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서 '群鷄一鶴(군계일학)'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 인사, 조직, 커리어에 관한 고민이 있으신 모든 독자분들...같이 고민하고 해결을 위한 개인 컨설팅을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