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와 7시 등교

이슈의 핵심을 놓치지말자

by Phd choi 최우수

조직 내에서는 매일, 매순간이 많은 이슈가 발생하고 이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주요한 일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때로는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많은 의견들이 나오곤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이슈와 초점은 흐려지고, 최후엔 인신공격과 상처만 남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양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뒤끝이 없고 쿨하단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건, 속내는 꼭 그렇지도 않겠지만, 아마도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이슈를 놓치지 않고 초점에 집중하여 의견을 나누고 타인의 그것을 수용하는 성향과 훈련이 잘 돼 있는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수년 전 여름, 국내 S전자에 반바지 논쟁이 사내에 불 붙었다. 여름철 근무 복장에 대한 논쟁이었다. 참고로 99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요즘 MZ세대는 아마도 모를 수도 있는, 에나멜 구두를 신고 다녔다. 지금은 에나멜 구두만큼 생소할 주6일제 근무제에 토요일 오전 근무를 했었고 토요일 오전만 캐쥬얼 착용이 허용됐으나 그조차 여전히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회사들이 비즈니스 캐쥬얼-패션 전문가들조차 정의 내리기 힘들어 하는-을 넘어 근무 복장이 자율화 되었음에도 또다시 반바지 논쟁이 재연된 것이다.


반바지 입장에선 매우 억울하게도 반바지는 단순 과다노출의 논쟁 거리를 넘어 근무 규율 해이나 왠지 꺼려지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 때 마침 방한한 구글 지주사의 에릭 슈미트가 반바지 논쟁 관련 질문을 받고 한참을 고민 후에 이렇게 말했다 한다."근무할 땐 뭔가 입긴 해야죠." 그 기사를 보고 눈이 환히 떠지는 느낌이었다. 반바지 논쟁을 포함한 복장 논쟁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즉, 복장 논쟁의 핵심은 그 옷을 입고 수행하는 업무와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야지 자세, 태도 등 복장이 가지는 부차적인 그리고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슈에 초점이 맞춰지면 논의 자체가 결론도 안 날 뿐더러 결론 자체도 이슈를 정확히 해결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또 하나의 사례로, 오늘 아침 출근길(정확히 7시 19분)에 고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등교를 하는 한무리의 학생들을 보면서, 반바지 논쟁 만큼 갑론을박이 많았던 아침 조기 등교 논쟁이 생각났다.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면서부터 언제부턴가 학생들의 조기 등교가 하나의 공약처럼 후보들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는 걸 보면서 반바지 논쟁처럼 조기 등교 논쟁의 핵심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기 등교의 핵심은 결국 어떤 것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학교 생활에 더 도움이 되는 가 일 것이다. 물론 반바지에 못지 않게 조기 등교도 각자 주장하는 진영의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기에 한칼에 정답을 나눌 수는 없지만, 결국 초점은 하나로 모아진다.


조직 내에서 이슈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권장할 일이나, 다만 다양한 의견과 이를 논의 함에 항상 이슈의 초점과 이슈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핵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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