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실행의 중요성
'응답하라0000' 시리즈에 나올만한 연식을 가진 노래 중 1988년에 이문세 가수가 부른 '끝의 시작'이란 노래가 있다. 내용은 평범한 가요의 사랑 노래였는데,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뫼비우스의 띠의 무한루프가 연상됐던 기억이 있다.
조직에서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 외부 컨설팅 결과 혹은 내부에서 담당자가 공들여 작성하여 보고와 승인까지 마친 과제들이 최종 보고 후에 실행과 확인 과정이 없어서 그야말로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쓴 글 중 '컨설팅 보고서는 조직의 자화상'(https://brunch.co.kr/@alwaystart/42)에서 언급한 컨설팅 결과도 컨설팅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나고 결과물을 적용하기 위해선 이미 공유되고 실행 계획이 구체화되어야 함에도 담당 임원에게 일언반구 공유조차 없다.
이태원 참사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이미 과거에 이태원 지역의 낙후에 따른 도로 협소와 지역 특성에 따른 다양한 축제로 인한 많은 군중이 모였을 때의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각종 외부 용역 보고서와 내부 위험성 평가가 있었으나, 이 역시 보고는 보고일 뿐 그 이후에 아무것도 적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만 것도 이번 참사의 숨겨진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컨설팅 대상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선 공감대가 조직 내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컨설팅 대상은 기존에 조직 내에서 문제가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주로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특히 외부 컨설팅을 맡기게 되면 그 과정 자체가 구성원들 입장에선 탐탁지 않은 과정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긴 하나, 기존 프로세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컨설팅 이후의 개선 실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사후 실행을 위한 별도의 조직과 자원을 준비하지 않고 기존 조직에 맡긴다.
컨설팅을 할 때는 T/F도 만들고 정기적인 회의체와 경영진 보고의 기회를 마련한다. 그리고 컨설팅 시작 전과 진행 중에는 경영진에서 이를 꼼꼼히 챙기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컨설팅이 끝나고 나면 경영진이 후속 진행에 대해선 대부분 본인이 직접 챙기지 않고 하부 조직에 위임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변화를 위해선 컨설팅이 종료되고 난 다음이 진검승부다. 실제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컨설팅 실행의 별도 조직이 필요한 이유는, 기존 조직에 사후 실행을 맡기게 되면 실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직과 구성원은 본인의 업무가 변화의 대상이 되는 컨설팅의 결과를 셀프로 열심히 하길 바라는 것은 새로운 실행 조직에 맡기는 것에 비해 실행력과 의지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경영자가 변화와 개선에 대해서 솔선수범 하지 않아서이다. 컨설팅을 받는 목적은 당연히 기존의 것들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경영자들이 그 변화를 나를 제외한 나머지 조직 구성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회피하게 된다면, 그 회피 도미노는 조직도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전염되어 결국 전 조직의 컨설팅의 변화를 체감할 수 없게 된다.
끝으로, 예방에 대한 무관심이다. 우리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도 확인했듯이, 사람은 본능적으로 벌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한 예방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 이유는 예방 활동은 성과로 인정받기 어렵고(효과가 눈에 잘 안 보이고), 예방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하는 것은 지식과 전문성 그리고 굳은 신념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 쉽게 인정되기 어려워 돈과 시간 같은 자원 투입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