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보고서는 조직의 자화상

컨설팅의 기적은 없다.

by Phd choi 최우수

외부 컨설팅에 대해서는 각 조직들이 가지는 생각들이 다양하다. 어떤 조직은 회사 내 역량으로 하면 되는데 뭐하러 외부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잘 맞지도 않을 컨설팅을 받느냐고 한다. 혹자는 컨설팅 중독처럼 내부 인력과 역량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내부의 그것보다 그저 더 나은 것이 없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외부 컨설팅을 찾기도 한다.




어느 조직에 정기적으로(5년)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인사 관련 컨설팅을 받는 회사가 있다. 처음 인상은 고맙게도 경영진이 인사 제도에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생각했으며, 지속적인 회사의 외형 성장을 보건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기간도 3개월 이상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최근에도 5년 만에 국내 유수의 컨설팅 업체를 선정하여 약 5개월간의 컨설팅이 실시되었다.




킥오프 미팅과 중간 브리핑을 통해서 진행 경과를 공유받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龍頭蛇尾(용두사미)였다. 컨설팅의 필수 사항인 설문 결과에 비친 임직원들의 생각은 마치 기존 인사제도에서 생선 살만 발라먹고 생선 가시는 버리는 듯한, 즉 좋은 면만 챙기고 싶은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예를 들면, 호봉제의 안정적인 수입 증가는 좋지만 호봉으로 많은 사람들이 승진하여 자신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싫다와 같은 패턴의 결과를 보였다.




컨설팅 결과를 보면, 10년도 더 지난 과거에 재직했던 회사에서 적용한 보상 제도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컨설팅 업체의 역량과 수준보다는 컨설팅을 의뢰한 클라이언트의 수준이 오버랩되었다. 컨설팅 업체가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외부 기관도 아니고, 컨설팅 업체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줄 수밖에 없는 입장으로 마치 중국 음식점에 들어온 손님에게 한식이나 양식을 제공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즉, 한식, 양식, 중식을 결정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몫이고 그 선택의 질은 오로지 클라이언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또한 컨설팅 기간 중 최고위 경영진의 호봉제 고수 입장을 전해 듣고는 컨설팅 업체의 난감함이 느껴졌다. 연공서열제의 대표 격인 호봉제를 고수하면서 성과중심의 평가와 보상이 가능하겠는가? 마치 연공서열제의 장점과 성과 연동제의 장점만 결합한 신 퓨전 메뉴를 원하는 걸로 들렸다.




또한 리더들이 흔히 빠지는 "Good guy syndrom" 이 떠올랐다. 직원들에게 항상 좋은 리더, 상사로 비치고 그런 표면적인 찬사에 도취하여 의사 결정의 적절성이 흔들린다. 이런 현상은 오너 중심의 자수성가형 기업에서 두드러지는데, 리더의 덕목 중 하나인 愛民(애민) 정신이 과도하게 발현한 결과다. 아무리 오너가 선의를 가지고 가족처럼 구성원들을 대해주고 싶어도,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는 엄연히 법과 관행, 사회 상식에 따른 계약 관계이다. 선의가 항상 통하는 것도 아니고, 소수에게는 악의 일지라도 다수와 대의, 조직을 위해선 강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반기 인센티브 지급 대상을 정하면서 지급일 기준으로 대상을 정하면 과연 공정하고 대다수 직원들도 환영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컨설팅 취지와 목적은 회사의 커진 외형과 지속성장을 위해서 좋은 인재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인재들이 납득하고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사제도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 합류하는 직원들과 기존 직원들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제도로 업그레이드 되어야지,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제도 도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공정하고 균형감 있는 평가와 보상을 위해선 다수의 만족에만 초점을 맞출 수는 없다. 조직의 가치와 전략을 반영하고 합목적적이어야 한다. 조직문화나 제도 수립 시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닌 것처럼 다수결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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