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좋은 캐디가 되어주길
골프를 시작하고 골프 중계를 종종 보게 된다. 중계를 보면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주로 보지만 골프 경기 운영, 골프룰, 골프장의 분위기 등도 눈여겨보게 된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골퍼와 캐디의 관계다. 골프 캐디에 대해선 골프를 안 치는 사람들도 대충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둥근 챙모자를 쓰고 전동카트에 골퍼를 태우고 각 홀마다 이동하며, 골퍼가 필요한 골프 클럽을 챙겨주거나, 현재 위치에서 목표까지 거리나 지형을 조언해주는 역할 정도이다. 취미로 골프를 칠 때 캐디는 보통 팀당 한 명이 따라붙는다.(한 팀은 3~4명의 골퍼로 구성)
프로골프 대회 캐디의 역할은 위에 말한 아마추어 취미 골프의 캐디와 아주 많이 다르다.
우선 프로 골퍼의 캐디는 경기가 진행되는 4시간 여동안 캐디와 동행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평소엔 샷마다 골프백을 메고 골퍼의 곁에 머문다. 프로 경기는 모든 골프장을 전동 카트가 아닌 도보로 이동한다. (18홀의 도보 거리는 7킬로 미터 내외이다) 심지어는 경기중 비라도 오는 날이면 자기는 비를 홀딱 맞으면서도 선수의 우산부터 먼저 챙겨주는 사람이고, 장시간 이어지는 경기에 선수들이 먹는 간식(과일, 초코바 등 다양)까지 준비한다.
어려운 위치에 공이 떨어지면 어떤 클럽으로 어떤 방향으로 샷을 날릴지부터, 퍼팅(홀에 공을 넣기 위한 샷) 시에는 골퍼 뒤에 바짝 붙어 같이 지형(라이)에 대해 연구하며 조언하기도 한다.
이처럼 골프 경기에서 캐디는 심부름꾼, 짐꾼부터 準코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내 눈에 띈 캐디의 중요한 역할은 선수들과의 소통, 그들의 하소연, 기쁨 등 골프 라운딩 중 벌어지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경기 중 멋진 이글이나 앨버트로스 샷을 날리고 나서도 그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박한 하이파이브라도 할 수 있는 사람도 캐디뿐이다. 만약에 그 드 넓은 골프장에 골퍼 혼자만 덩그러니 서있다고 생각해보자. 기가 막힌 우승을 결정하는 샷을 날리고도 어디 눈 한번, 손바닥 한번 마주칠 사람이 없다면 과연 좋은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을까?
조직 내에서도 캐디 같은 사람이 한 명쯤 필요하다. 물론 캐디처럼 이것저것 챙겨주는 건 불가능할 지라도, 최소한 골퍼와 선수간의 소통과 공감, 위로의 파트너 한 명쯤은 꼭 필요하다. 자녀들에게 교우관계를 얘기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좋은 친구를 만들려면 네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주라고.'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조직 내에서 한 두 명쯤 그(녀)의 캐디가 되어주면 어떨까? 웬만한 리더십과 처세술보다 나의 조직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줄 캐디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