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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깎으면 모난 자존감이 부드러워질까?

by 윤서린

나를 닮아서 아니지.. 엄마 아빠 둘 다를 닮아서 우리 아이들은 얼굴이 달걀형이 아닌 사각형이다.

둘째가 자신은 그 얼굴형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수술하고 싶으니 내가 허락해 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제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고.


안면윤곽술, 자신의 얼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보톡스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말 심각한 사각형의 뼈 때문이라고 자신을 변호한다.

양쪽 턱을 깎아서 아래턱에 이식하는 수술을 견적 받았고 비용이 천만 원이란다.

물론 나는 찬성하지 않았다.


천만 원이 문제가 아니고 전신마취가 너무 겁났다.

뉴스에서 보던 성형사고가 떠올라 끔찍했다.

내가 치과에서 일할 때 부정교합으로 인해 치료 목적으로 턱관절과 턱윤관술을 한 환자들을 몇 번 봤었다.

퉁퉁 부어서 붕대를 감아 고정시킨 얼굴에 치아마다 교정장치를 붙여서 위아래 치아를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음식 섭취도 거의 못하고 빨대 같은 걸로 음식을 빨아먹으며 치료치료를 받으러 다녔던 환자들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서 예전처럼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뼈를 깎는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부담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는 딸에게 헤어스타일이나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더 노력해 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 다시 고민해 보자고 했지만 딸은 생각을 확고히 한 것 같다.


나는 사각턱이 자신의 생사와 바꿀 가능성이 있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까지 꼭 해야 하는 건지 물었고 후유증이나 불만족할 상황이 생길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진정으로 그게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법인지도 더 고민해 보자고 했다.


나도 젊어서 넙데데한 내 턱이 싫었다.

사진을 찍으면 도시락통처럼 나오는 게 정말 싫어서 사진도 안 찍었다.

지금도 딱히 예쁘게 찍히지 않아서 남들이 찍어주는 사진, 특히 단체사진은 꺼려진다.


남들이 가끔씩 나에게 코 수술했냐고 물어보면 나는 그 돈이 있었으면 턱을 깎았을 텐데요. 하며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 했었다.


잘 삶아진 뽀얀 달걀처럼 하얗고 갸름한 얼굴형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야리야리한 얼굴에 청순한 또래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여성스럽고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치과에서 근무하면서 구강악안면외과 선생님과 교정과 선생님께 내 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어떻게... 수술하면 나아질까요?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말렸다.

본인의 얼굴이 자연스럽고 좋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기능적으로 부정교합이 심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수술이지 정말 위험한 수술이라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사각턱 얼굴형은 외국에 나가면 인기가 있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내게 해주었다.

서양인들은 사각턱을 지성미가 있다고 느낀다나.

하지만 난 외국에 나가서 살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살 건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살도 붙고 예전보다 각진 얼굴이 두리뭉실해져서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다.

헤어스타일도 쇼트커트로 잘라서 시선이 턱으로 가지 않고 눈 위로 쏠린다.

나는 나름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운 좋게 콤플렉스를 극복했지만 이제 성인이 된 딸은 친구들에게 어려서 받은 놀림과 스트레스로 심각하게 수술을 고민하고 있다.


딸은 고집부려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킬 아이는 아니다.

나 역시 딸을 도시락 들고 따라다니며 말리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겁이 난다.


내 딸이 큰 수술을 하는 게 싫고, 엄마 아빠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를 싫다고 거부하는 것도 속상하다.

딸이 수술하고 갸름한 달걀형의 얼굴이 되면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자기 만족감, 자존감도 올라갈까?

정말 방법이 이것뿐일까?


친구들의 놀림으로 울퉁불퉁 모난 자존감이 턱을 깎는다고 매끈하게 다듬어질지, 또 다른 열등감과 더 많은 욕망에 발을 들여놓을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거울을 본다.

나의 턱과 딸의 턱이 닮았지만 다른 선택지에 놓여있다.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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