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21일 차]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8년 만에 다시 읽는다.
시아버님을 피해 친정 시골집으로 도망갔던 시절에 읽었던 책.
나를 지금의 자리로 돌아오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어제 책기둥을 무너뜨리고 책장 정리를 한다고 다짐했건만 구석에 박혀있던 책 몇 권만 겨우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하루가 끝났다. 그 안에 발견한 8년 전 나의 흔적.
가끔 책 안에 읽었던 시기나 그때의 마음을 낙서처럼 남겨둔다.
" [매사에 때가 있다]고 한다. 지금은 상처를 치유받아야 할 때... 용기를 내 다시 내 삶 속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 인 것 같다. 2017. 6. 24. 토."
이 책을 펼치니 털어낸 줄만 알았던 과거가 나를 붙잡아 끄는 것 같다.
정서적 폭력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어야 했던 시절.
살기 위해 도망쳐야 했던 시절의 나.
그때 나는 식구들의 모든 전화를 차단하고 친정집에서 엄마와 몇 주간을 지냈다.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순전히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제목에 이끌려 집어 든 책.
오늘 다시 밑줄 친 문장을 읽는다.
이 책에서 나는 어떤 문장을 만나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차례에 두 군데 밑줄을 쳐둔 곳이 보인다.
"좋아하는 일을 하든가,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든가"
"타인의 말 한마디에 불행해져서는 안 돼"
그때의 내 마음이 이 두 문장에 꽂혔나 보다.
말로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마음,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을 살고 싶었던 마음.
작가는 '성공적인 인생'은 이 두 가지 가능성을 충족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 사는 보람을 발견하는 것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어떤 지점을 인생에 만들어두는 것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준으로
직종을 찾아낼 것, 그리고
평생토록 그 길을 닦아 나갈 것
사소한 일이어도 상관없다.
내 힘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기쁨이 시작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상대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견딘다.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이 문장에 밑줄을 두 번이나 치고 별표까지 해뒀다.
남편이 나의 방패막이되어주지 못했던 것을 원망하던 시기였는데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마음을 바꾼 모양이다.
다시 내 가정으로 돌아가기로. 버리지 않기로.
매사 결과는 내 몫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나에게만 주어졌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나.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나.
2017년 10월 17일 다시 재독 한 흔적이 남아있다.
집에 돌아온 지 석 달만에 이 책이 다시 필요한 순간이 있었나 보다.
너무 뻔한 이야기만 쓰여있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 뻔한 이야기가 한 사람을 구렁텅이에서 건져내기도 한다.
너무 뻔한 문장일지 몰라도 어려움에 있는 누군가에는 소중한 한줄기 희망이 된다. 내가 그 증인이다.
시간을 내서 후반부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야겠다.
세월이 지나도 다시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내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