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60일 차] 김진영 <이별의 푸가>
꽤 추워진 날씨, 마음에도 온기가 필요한 계절.
너무 쓸쓸한 이야기는 오히려 그 자체가 땔감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데워준다. 망설임 없이 스스로를 태워가며 소멸하는 이야기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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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켈트족의 전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랑했지만 죽은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되어 우리 주변 곳곳에서 함께 산다고, 돌 속에, 나무속에, 풀과 꽃 속에 살면서 우리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고 (…)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느 계기가 있어, 우리는 그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러면 그들은 다시 돌아와 우리와 영원히 함께 산다고.”
_36면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경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세도 없이,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임을 모른 채.
바쁜 걸음으로 가을을 바라보며 ”내일은 꼭 단풍놀이하면서 예쁜 사진을 찍어야지 “했던 우리의 부푼 기대를 저버리듯, 밤사이 바람에 잎을 다 떨궈버린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우리들의 이별은 그렇게 허망하게 이 계절에 남겨졌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떠올리는 일은 늘 아프다.
며칠 전 아빠의 10주기를 위해 가족들이 모였을 때도 우리는 정작 아빠 이야기를 쉽게 입에 담지 못했다.
그저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니….라는 말 밖에는.
말을 아낀다고 마음속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수없이 서로를 향해 말하고 있다. 소리 없는 대화… 그 이유는
우리 각자가 자기만의 추억이 남긴 통점에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혼자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어 서로의 말이 닿아도 아프지 않을 때, 그럴 때가 되면 우리는 그 시절 그때에 아빠를 추억하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아빠와의 이별은 해후할 수 없는 세월의 이별이지만 아빠와의 추억은 늘 내 몸 안에 떠다닌다. 그렇게 떠다니다 이 계절이 되면 나는 그 추억을 조용히 혼자 뱉어낸다. 찬 공기에 흰 입김이 새어 나오면 나는 내 안의 아빠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