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83일 차] 이다혜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당신 자신을 당신의 딸이라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스스로에게 사주고 싶은 것••• 어떻게 달라지나요?
스스로에게 자학하며 던지는 말을, 딸에게 라면하고 싶으세요? 지금 스스로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딸에게 라면 아끼고 싶으신가요? 나는 내 딸이다, 내가 사랑하는 내 딸이다 생각하고, 마음이든 물건이든 어떻게 해주고 싶은지 생각해 보세요.
_ 이다혜 에세이,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내가 내 안의 ’딸‘을 만난 것은 2025년 가을이 시작되던 한밤의 응급실이었다. 평소 마음 안에서만 슬쩍 훔쳐보던 아이를 이렇게 대면하게 되니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그 두려움의 기저는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외면하고 왜 돌봐주지 않았냐는 원망을 받을까 봐였다.
아이는 평소의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게 두 눈이 부어있었다. 호흡이 얕아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은 채 차가운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 그 순간이었을까. 내가 나의 ’ 엄마’가 되고 나 스스로 ‘딸‘이 되기로 한 것이.
’딸처럼 스스로를 돌본다 ‘라는 말을 들은건 어느 여배우의 인터뷰에서였다. 그때는 정말 놀라운 관점이라는 생각과 나도 그래 볼까라는 마음이 잠깐 스치다 말았다. 그렇게 실천하지 못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고 나는 이렇게 병원 응급실에서 내 안의 아이와 대면하게 되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아이 넷의 엄마였지만 그 누구보다 나 스스로의 엄마가되는 게 먼저였을지 모른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토닥여주고 끼니를 거르지 않게 음식을 먹이고, 악몽에 시달리던 아이를 품 안에서 푹 재워줘야 했다. 내가 나를 아껴줘야했다.
요즘도 어떤 강박에 사로잡힐 때면 나는 내 나이의 앞자리를마음에서 지우고 아홉 살의 나를바라본다. 아이에게는 다정한 손길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엄마가 되어서 지금의 나를 딸처럼 응원한다. ’해보고 싶은 건 지금 시작해도늦지 않아. 꾸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는 거야. 무리하지 않아도 돼. 잠은 푹 자는 게 좋아.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너무 상처받지 않아도 돼.’ 이렇게. 하지만 내가 ‘엄마’로서 딸인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49년 동안 너무 듣고 싶었을 말, 그러나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
‘나는 너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