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82일 차] 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주위엔 온통 미완성 노래들과 쓰다만 시들 뿐이었다. 몹시 혼란스럽고 산만했다. 최대한 나아가려 했지만 벽에 부딪혔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한계였다. 그때 누군가를 만났는데(극작가 샘 셰퍼드), 그 사람이 자신의 비결을 알려주었다. 아주 간단했다. 벽에 부딪히면 그 벽을 차 부수라는 것이었다.
_ 바버라 애버크롬비 에세이,《작가의 시작)
글을 쓰면서 ’ 한계를 규정하는 것은 나다. 하지만 그것을 깰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다.‘라는 말을 되뇌어본다.
내가 첫 글의 운전대를 잡았을 때 갈 수 있는 곳은 내 마음 안의 일기장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만 빙글빙글 도는 것은 매번 주행운전도로만 달리는 것처럼 반복적이고 지루했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이제 직접 도로로 나가봐야 하지 않겠어?‘
나는 용기 내서 브런치스토리라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글초보자라는 딱지를 크게 써붙이고 1년을 겨우겨우 달렸다. 겁이 많은 나는 글의 가속 페달을 밟는 게 어려웠다. 어디서 힘을 주고 어디서 속도를 줄여야 하는지 감조차 없었다.
옆에서 나를 치고 앞서가는 다른 글초보자들을 바라보며 부러움보다는 ‘내 이야기는 별로인가, 내 글은 그저 그런 가‘라는 주눅이 들었다. 연재 중단이라는 갓길로 빠지고 싶었다. 아예 운전대를 놓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브런치스토리의 도로 위에서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쩔쩔매며 글 운전대를 겨우 잡고 있는 내게 괜찮다고 열심히 하고 있다며 ’ 하트’라는 깜빡이를 켜주는 사람들, 자신의 갈 길이 바쁘지만 창을 열고 손을 들어 힘내라고 ‘댓글‘을 보내는 사람들. 나는 감사한 마음에 꾸벅 목례를 한다. 나 또한 가끔은 부지런히 그들 옆으로 다가가 ’ 고마워요’하며 비상등처럼 ‘댓글’을 깜빡인다.
나는 사실 목적지를 향해 직진하는 방법을 모른다. 에세이를 쓴다고 붙잡은 운전대가 자꾸 다른 경로로 핸들을 튼다. 그때 마음 안에서 경고등이 울린다. ‘띠딩! 장르와 문장의 구조가 어긋났습니다. 경로 이탈! 경로 이탈!‘ 나는 손에 쥔 글 운전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힘을 준다. 그리고 그때그때 마음이 끌리는 곳의 표지판을 따라간다. ‘시’, ‘노랫말’, ‘단편소설’, ‘일기‘ , ’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샛길로 달린다.
브런치스토리에서 나의 글 주행기록은 하이패스 고독도로보다는 꼬불꼬불한 국도를 달리는 것과 같다. 내 글이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그것이 내가 쓰는 글의 한계는 아니듯이 최고 속력으로 최종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것이 내 글의 목표는 아니다. 한참을 돌아가더라도 나는 그저 내 속도로 오늘도 브런치스토리의 도로를 달린다. 그리고 가끔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찾아 이렇게 샛길로 샌다. 글쓰기에는 최단거리도 한계도 없기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위해 글 운전대를 놓지 않는 것. 그것이 글초보자인 나의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