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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주문]

[읽고 쓰는 삶 280일 차] 안규철 <사물의 뒷모습>

by 윤서린

책에서 찾은 빛나는 문장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는 노래 가사에 마음이 짠하다.
흔히 주고받는 말이지만 , 이 두 가지 소망은 모두 우리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 그럼에도 이 허망한 다짐, 우리의 것이 아닌 다른 영역의 의지와 선택을 마치 우리 것인 양 가져다 쓰는 이 무모한 언술은, 불가능한 것이기에, 성립될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안타깝고 슬프다.
_ 안규철 <사물의 뒷모습>, "가(假) 주어"중에서


윤서린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서로를 향한 주문 ]


우리가 소망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신기루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신기루를 믿어보기로 하는 마음마저 없다면 우리는 어찌 이 삶을 건너갈 수 있을까.


목마른 삶에 단비가 내려주길 바라며 비가 올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이 우리들은 서로가 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운다.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서로를 향해 이 주문을 읊는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아프지 마세요'


우리는 매일 기꺼이 서로를 위해 삶의 희망을 빌어주는 광신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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