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81일 차] 김점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모든 문장은 다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것처럼 말이죠.
제가 하는 일은 다만 그 이상한 문장들이 규칙적으로 일관되게 이상하도록 다듬는 것일 뿐, 그걸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아닙니다.(중략) 정답 같은 건 없습니다. 그건 심지어 맞춤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맞춤법이란 그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규칙일 뿐이죠. (중략)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선생님의 문장은 이상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함 속에서 문장의 결이랄까요 무늬랄까요, 아무튼 선생님만의 개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선생님이 갖고 있는 그 이상함이 선생님의 문장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는 셈이죠.
_ 김점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글을 쓰는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 이 세상 태어나는 모든 문장들이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 안에 꼭 교훈과 사유를 이끌어낼 가치를 담을 필요도…. 나는 내가 쓰는 문장에 자유를 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브런치스토리 ‘내 서랍‘에 키우는 반딧불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글이라는 개똥벌레에 이야기에 가깝다.
개똥벌레 아니, 글이라는 것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 본다. 글과 문장의 구조라는 것은 그저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것은 각 개인의 성향, 추구하는 방향이나 표현하고 싶은 자유를 다 담을 수 없다. 그 구조에서 벗어났다고 이상한 글, 못쓴 글, 읽을 가치가 없는 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혹독하다.
나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누구한테 보여주거나 인정받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저 순수 자신의 생각과 재미와 기록을 위한 자유로운 글을 썼으면 싶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검열하지 않고 주어와 서술어를 맞추지 않아도 되며 하나의 완결된 문장이 되지 않아도 되는 글, 감사와 반성, 인용문이 필요 없는 글, 그저 교훈 없이 순수하게 재미있는 글, 이해가 안 가는 단어들의 나열로 물음표를 만드는 글, 한 문장이 열 줄이 넘어가는 글, 엉뚱하고 기괴한 글, 쓸쓸하다가도 피식 웃음이 나는 글, 너무 진지해서 하품이 나는 글, 눈이 아플 정도로 수다스러운 글, 한숨이 단어보다 더 많이 섞인 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스르르 잠들게 만드는 졸린 글, 쓰다가 자신도 모르게 ’ 맞아, 이거야’ 소리 지르게 되는 글, 혼자 깔깔 거리며 쓰다가 누군가에게 읽어주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글, 때론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어서 숨어서 쓰는 글, 모든 생각과 감정을 한 단어 응축한 글, 물음표로 시작해서 물음표로 끝나는 글, 가끔은 빛나는 아름다운 글, 그러다 한 번쯤은 나와 누군가를 행동하게 만드는 글.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잘 쓴 글이라고 인정받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쓰는 우리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는 스스로와 본인의 글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았으면 한다. 뭐라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놀이인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내 글과 문장에는 유려함 따윈 없지만 그것이 지금의 ‘나‘이고, 어떤 형식과 장르에 속하기에 삐딱한 그것이 바로 ‘나’의 문장들이다. 그것들은 예보 없이 마른하늘에 우박처럼 쏟아지거나 빗방울처럼 손가락 끝에 맺혀있다가 고드름이 되어 똑똑 부러지는 문장이다. 감정의 파도로 인해 한낮의 눈사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부질없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쓰는 문장에서 작은 빛을 찾는다.
.
.
.
혹시 자신들이 쓰는 글에서 반짝임을 찾지 못했나요?
너무 잠깐 빛나서 못 봤다고요?
그럼 ‘글의 형식’이라는 스위치를 꺼보세요.
깜깜한 ‘문장의 구조’라는 방에서 반딧불이처럼 빛나는 자신의 글을 마주하세요.
그리고 브런치스토리 ‘내 서랍’에 묵혀둔 이야기들을 세상으로 날아오르게 하세요.
…..
저처럼 글에 대해 쓰다가 갑자기 떠오른 반딧불이 이야기를 제목으로 갖다 써도 돼요. 맥락이 어긋나면 어때요. 그저 은근슬쩍 개똥벌레 같은 이야기를 끼워 넣으세요.
남들의 글은 반딧불이처럼 아름답게 빛난다고요? 걱정 마요. 우리의 개똥벌레 같은 글도 충분히 빛나요. 사실 반딧불이 = 개똥벌레, 즉 개똥벌레 = 반딧불이,라는 공식 다들 아시죠. 이 둘은 불리는 이름이 다를 뿐 그 존재는 동일해요. 우리의 글도 마찬가지예요.
우리의 글이 반딧불이처럼 빛나는 글이 아니면 어때요. 어쩌면 그 반딧불이들도 자신이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그렇게 아름다운지 스스로 모를지도 몰라요. 그저 자신이 가진 빛을 냈을 뿐인데 모두 와~하고 감탄하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그냥’ ’ 뭐라도’ 쓰세요.
갑자기 뛰어든 개똥벌레 때문에 문장이 뒤죽박죽이지만 귀찮아서 문장은 다듬지 않을래요. 그냥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쓸래요. 이건 글쓰기 연습장이고 제 놀이 터니까 뭘 하고 놀아도 재미있어야 또 놀고 싶어 질 테니까요.
이렇게 ’ 내 서랍‘에 갇힐 뻔한 개똥벌레 같은 글을 날아오를 수 있게 하는 건 작은 용기라는 이름의 뻔뻔함일지도 모르죠. 이 또한 어떻게 불려도 좋아요. 내 글을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다면요.
모두 저처럼 좀 뻔뻔해지는 하루 보내세요.
브런치스토리가 여러분들의 글로 더 반짝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