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 ]

[읽고 쓰는 삶 289일 차] 은유 <쓰기의 말들>

by 윤서린


책에서 찾은 빛나는 문장


사람의 빛깔이 달라지는 시간, 한 사람에게 작가의 소양이 형성될 즈음, 무엇을 읽었느냐보다 어디에 누구와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_ 은유 <쓰기의 말들>



윤서린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 우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 ]


내가 글로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일상에 관한 것들이다.

수필, 에세이라고 불리는 글들. 나와 가족, 주변 지인들과 함께한 일상의 에피소드가 글이 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내성적이고 생활반경이 좁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놓이거나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내가 쓸 수 있는 글도 항상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로 채워진 내 삶은 마치 좁은 우물 안에 갇혀있는 듯하다.


유명한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어 본다. 이래도 되나 싶게 솔직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보는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작은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 하고 깊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사람들. 온전히 본인을 드러내는 게 두렵겠지만 그럼에도 용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 그 글로 공감과 감동, 위로와 용기를 주는 그들이 바로 작가다.


나는 지금의 내 일상에서 어떤 이야기를 길어 올릴 수 있을까. 좁은 내 삶의 우물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더 이상 바다를 부러워하지 말자. 좁지만 깊은 나만의 우물을 더 깊게 파내려 가 보자. 내 우물 안에 찰랑이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퍼올려 나만의 맛이 느껴지는 글을 써보자. 그렇게 매일 쓰다 보면 나도 언젠가 더 솔직한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 진짜 ‘작가’되어 있을지 모른다.‘


삶에 자기만의 깊은 우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글을 써야 한다. 갇혀있는 감정들을 길어 올리고 퍼내야 다시 맑은 샘물이 차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우물에서 퍼올린 글이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이지 않아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우물 안에는 작은 햇살과 구름, 달이 머문 순간들이 분명 있다. 또한 우물 안 돌틈 사이에서 자라난 이끼처럼 우리네 삶에 축축하지만 푸릇한 이끼 같은 응어리들이 각기 자신의 우물 안에 자라고 있다.


자신의 우물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길어 올려지는 물 맛, 즉 글 맛도 각기 다를 것이다. 내 안에서 힘겹게 퍼올린 글이 평범한 맹물 같을지라도 성급하게 실망하지는 말자.그리고 잊지 말자. 위로와 공감에 목마른 누군가에게는 이런 우리의 글이 한 모금의 시원한 약수가 되어 그의 삶을 조금은 촉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계속 써야 한다는 것을. 자신을 위해, 그리고 목마른 누군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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