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한 알갱이의 이름 ]

[읽고 쓰는 삶 294일 차] 박연준 <쓰는 기분>

by 윤서린

책에서 찾은 빛나는 문장


내가 좋아하는 것 속엔 시가 들어있다. (…) 그러니 시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헤맬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걸 떠올리면, 그 속엔 시가 있으니까요. (…) 무언가를 좋아하면 자꾸 하게 되고, 하다 보면 그 속엔 시가 그득해서, 당신은 시를 안 써도 시에 둘러싸이게 될 겁니다. _ 박연준 <쓰는 기분>



윤서린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 투명한 알갱이의 이름 ]


내 삶에 시가 언제 들어와 둥지를 틀었을까.

거슬러가 보니 그 시작은 소중한 가족을 잃었을 때였다.

미워하고 원망하던 마음도 가득했지만 그 존재를 잃고 나서 의 헛헛한 그리움을 작은 단어에 꾹꾹 눌러써 내려갔으니 분명 그것은 ‘사랑’이었으리라.


나는 쓸쓸한 풍경과 힘겹게 버텨내는 작은 것들, 그리고 곧 사라질 것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런 존재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투명한 알갱이가 마음에서 굴러다닌다.


세상과 나를 둘러싼 작은 아름다움을 모아 노래하고 싶다.


나와 함께 걸어주는 겨울밤의 찬 공기를,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하늘의 은은한 별빛을,

홀로 먹이를 찾아 헤매는 길고양이를,

서리에 얼어버린 작은 꽃봉오리를,

말라가는 산수유 열매의 붉은 주름을,

앙상한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낮에도 흐릿하게 떠올라있는 달을,

어딘가에 있을, 그러나 아직 만나지 못한 너의 마음을…


이렇게 작고 투명한 아름다움의 알갱이들이 서로 뒤섞이며 깎아져 빛을 낼 때 나는 그것들을 ‘시’라고 부른다.


지금의 나는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을 노래하지만 언젠가 세상이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도 노래하고 싶다.


‘시’는 우리의 삶과 매 순간 호흡한다.

공기처럼 너무 당연하게 우리 곁에 있어서 눈치채지 못할 뿐.

지금 바로 여기, 이 순간, 당신과 나의 마음에 투명하고 몽글한 알갱이들. 그것이 바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에 태어난 시의 알갱이들이다. 그 투명한 알갱이를 마음속에서 꺼내 종이 위에 올려놓을 때 흐릿한 세상이 조금 더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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