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서 보내는 편지 ]

[읽고 쓰는 삶 295일 차] 크리스티앙 보뱅 <그리움의 정원에서>

by 윤서린


책에서 찾은 빛나는 문장


오, 지슬렌, 그렇게도 많은 것을 담기엔 관은 터무니없이 작기만 하다. (…) 비록 네 죽음이 사실이라 해도, 나는 네가 천국에 아름다운 무질서를 심어 놓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곳은 너의 추종자들, 식사를 준비하는 천사와 책을 읽어주는 또 다른 천사 그리고 매일 저녁 7시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와 함께하고 있다고.

_ 크리스티앙 보뱅 <그리움의 정원에서>




윤서린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 미래에서 보내는 편지 ]


이곳에 시계가 없다는 건 참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계속 시계만 쳐다봤을 테니까. 그리고 그 시계를 멈추고 싶어서 자꾸 손가락을 하늘로 뻗었을 테니까 말이야.


네가 챙겨준 안경은 이곳에서 딱히 필요한 것 같진 않아. 나는 안경 없이도 책을 보고 글을 쓸 수 있거든. 그런데 말이야. 나는 자꾸 안경을 코끝에 걸쳐 놓곤 해. 엄마에게 꼭 필요한 거니까 가져가야 한다고 했던 네 말이 기억나서. 그런 세심한 네가 보고 싶어서. 하지만 난 보고 싶다는 말을 얼른 지워내. 우린 아주 먼 훗날 만나야 하니까.


네가 물었지. 너는 왜 그렇게 늦게 엄마에게 왔냐고. 형과 누나들처럼 자기도 엄마를 더 빨리 만났으면 좋을 거라고. 그때 나는 말했지. ‘너라서, 지금의 너를 만나려고 엄마가 오랜 시간 기다렸어. 그리고 이렇게 너를 만났지…’ 12살의 너는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줬고 그런 너를 나는 더 세 개 안아줬지. 그때 엄마는 약속했어. 네 곁에 오래 있어주겠다고. 그리고 그 약속은 소원이 됐고 결국 이루어졌지.


오늘은 네 따뜻한 품을 상상하면서 잠이 들어야겠다. 우리 꿈속에서 더 자주 만나고 하늘에서는 아주 천천히 천천히 만나자.

_ 사랑을 담아 넷째 윤이에게, 엄마가.


PS. 내 플레이리스트에 네가 저장해 둔 몇몇 노래 덕분에 산책하다 갑자기 뛰고 싶어지는 충동이 들어. 운동을 싫어하는 엄마에게 네가 준 선물인 걸까. 꽤 도움이 된단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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