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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독 3일 차] 칭찬과 비난의 고통, 책의 무례함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제2장>, 은유 <해방의 밤>

by 윤서린

오늘은 작심삼일의 3일 차!

수면시간 4:30분

기상시간 5:30분

어제 새벽 1시까지 오늘 발행할 <좋은 사람 되기 vs 나쁜 사람 안되기> (참고)를 쓰고 잠든 터였다.


새벽독서를 시작하면서 매일 독서프로젝트 글을 쓰기로 다짐했으니 다른 연재일과 겹치는 날이 많아졌다.


하루에 글 두 개를 발행해야 하는 날이 일주일에 최소 5일. 매일 글이 두 개씩 나와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한시간의 새벽독서를 끝내고 아침에 막내 등교 전 까지 이 글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45분.

자 달려보자~~


오늘의 독서처방전은 읽어야 할 책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과 읽고 싶은 책 은유 <해방의 밤>이다.


우선 벽돌책부터 펼쳐보자.

내가 제2장 [칭찬받는 것과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을 좋아함, 그리고 비난받는 것과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함]을 골라 읽은 이유는 "죄책감"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한 선택이었다.


인간이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고자.

비난이라는 감정과 죄책감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책에서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첫 부분에 인간은 칭찬 자체보다 "칭찬받을 만한 존재가 되는 것"(주 1)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존재라는 말이 나온다.


타인의 칭찬보다 스스로가 그러한 존재라는 것에 우리는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다.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타인들의 칭찬이 자신이 생각하는 내면의 자신과 일치할 때 그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칭찬을 받아 마땅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심이 들지 않아야 할 텐데 나는 요즘도 칭찬을 들을 때 부끄럽다. 나 스스로에 대한 자기 확신, 자기만족이 부족해서겠지.


누군가의 칭찬에 “아니에요… 저는 아직 부족해요…” 이런 말 대신 “네! 감사합니다.”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길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 더 나은 내가 되어야겠지.


이어서 비난에 대한 인간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말하는 문장이 나온다

(중략) 설사 자기 자신의 결백을 완전히 자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그 비방 자체가 종종 그 자신의 상상에서조차 그의 인격에 치욕과 불명예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의 정당한 의분(義憤)도, 그처럼 심한 침해이면서도 복수하는 것이 종종 부적정하거나 때때로 불가능하기조차 한 경우, 그 자체로서 매우 심한 고통의 감정이 된다. 만족될 수 없는 격렬한 분개(憤慨) 보다 더 사람의 가슴에 고통을 주는 것은 없다. (주 1)

우리는 가끔 사람들의 지나친 비난으로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는 이들을 본다.

아마 그들도 이런 고통 속에서 그런 선택의 끝으로 몰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인간은 타인의 시선과 비방에 잘 무너지는 것 같다. 아무리 스스로가 그렇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자신이 그렇게 보이거나 타인들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그 치욕스러움과 고통이 끝없이 자신을 나락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답이 있을까? 다음에 계속 이어서 읽어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얼마 읽지 않았는데 1시간이 흐른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또 읽고 읽는다.

지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언젠가 이해할 날이 오겠지... 하면서.


시간이 없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한다.


은유 <해방의 밤>은 1:1 독서모임의 3월 선정도서다.

시간에 쫓겨서 읽을 틈이 없어 오늘에서야 첫 장을 편다.

삶의 질문에 대한 힌트는 "시간"과 "책"에 있다는 작가의 말이 와닿는다. (주 3)


나 또한 지루하고 비루한 시간의 끝을 걸어와 이제야 조금씩 읽어가는 책 속에서 내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에세이 <일기시대>로 먼저 만났던 문보영 시인의 시가 나와서 반갑다. (에세이 속 그녀는 참 독특했는데… 이런 사람이 시인이 되는 건가라는 생각에 들어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어떤 시인을 알아갈 때 시집보다 그 시인의 에세이나 산문집을 먼저 읽는 걸 좋아한다.


함축된 시로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의 감성을 예습하는 의미로 그렇게 읽는다.

그렇게 시인과 친밀감을 쌓고 시를 읽으면 시가 더 가깝게 다가온다.

"책은 무례하니까.. 벽에 창문을 뚫고 기어이 바깥을 넘보게 만드니까." (주 3)


맞아... 책은 정말 무례해.


책은 나의 온 시간을 빼앗으려 하고 내 생각을 자신의 것들로 채우려 하고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라고 나를 부추기지. 하지만 그 무례함이 나는 좋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고 그 무례함에 조금 비틀 거린다.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비틀비틀 한 걸음씩



주 1> 에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비봉출판사 p217

주 2> 에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비봉출판사 p227

주 3> 은유 <해방의 밤> 창비 p21

주 4> 문보영 시집 <책기둥>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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