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리뷰

유쾌한 야매 득도, 저는 찬성입니다.

by 티라노

인생이, 노력이 나를 배신했다.


대기업 사노비로 살아온 지 어언 6년 차.

'그만둬야 하나?'

'이대로 사는 건 아닌 것 같아.'

'근데 진짜 굶어 죽으면 어떡하지?'

답 없는 걱정과 고민을 안고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이렇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일을 하려고, 회사 눈치나 보고, 올해도 승진시켜주나 연봉 올려주나 헛된 기대를 품고 곁눈질하려고 내가 이렇게 살아온 건가? 내가 이러려고 보고 싶은 거 참고, 하고 싶은 거 참고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건가?


으악, 그보다 이렇게 재미없고 식상한, 성공 못한 어른들이나 하고 있는 고민을 내가 하게 되다니. 이건 정말 고약한 클리셰다. 이런 어른만큼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어른만큼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흑흑. 노력은 나를 이렇게 배신했다. 특목고 가면 된다더니, SKY 가면 된다더니, 대기업 가면 된다더니 이이 이!!


youtuber-2838945_960_720.jpg


안 살 수가 없었던 책


그러던 중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브런치에서 본 기억이 나서 시선이 갔다. 코발트블루색 바탕에 나른하게 남자가 엎드려 있는 일러스트 표지가 인상적이다. 일러스트의 남자가 세상 편한 표정으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고 나에게 무심히 말을 건다. 열심히 안 살아도 된다고? 열심히 살아도 안 되는 세상에? 내용이 궁금했다. 충동적으로 책을 구입하고 첫 장을 열었다.


정말 열심히 안 살아도 괜찮다고 할 것인가. 제목은 이렇게 매혹적으로 써놓고 그래도 열심히 살자, 노력은 해야지, 이렇게 마무리 짓지는 않겠지 설마. 노오력이 필요하다는 훈계로 끝내진 않겠지. 그럼 나 화날 것 같아.


정말 열심히 안 해도 괜찮아요?


이 책은 40세가 되는 해에 회사에 호기롭게 사표를 냈는데, 망설일 틈도 없이 그 사표가 순조롭게 수리되는 바람에 백수가 된 저자의 이야기다. 그는 열심히 안 살기로 적극적으로 결심했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지를 실험했다. 자유롭지만 때로는 배고프고 속 쓰린 일상을 찬찬히 관찰했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괜찮다고. 견디는 삶이 아니라, 즐기는 삶을 살자고.


pool-690034__340.jpg 릴레엑스. 큰일 나지 않습니다.


두 가지는 꼭 해봅시다. -(1) 인생의 방향 점검


각론으로 들어가 보자. 작가는 두 가지를 말한다. 지금 살고 있는 인생, 그렇게 계속 살고 싶은 것 맞냐고.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학교 가고, 취직하고, 아이 낳고, 집 사고, 보험 들고, 노후 대비하고(헉헉).이렇게 살면 힘들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니까 삶은 '견디는 것'이 되어 버린다.


저자는 아주 명쾌하게 말해준다.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고. 왜냐면 그렇게 살려고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은 우리를 배신할 가능성이 높고, 다른 사람들이 대체로 좋다고 말했던 것을 내가 좋아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남들이 다들, 대체로 좋다고 하는 것을 위해 아등바등 달려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방향 점검, 내가 원하는 인생의 방향을 확인하고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괴테도,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단다. 저자도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면서, 왜 계속 달리는 건데?'라고 묻는다. 흑, 고백하자면, 멈출 용기가 없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도 중간에라도 경로 수정을 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 (2) 그리고, 속도 조절


경로를 설정했다면 중요한 것은 주행 속도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속도로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불안하고 조급하다. (저자도 그렇단다) 그래도 어쩌랴, 걸음이 느린 것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하다는 게 저자의 태도다.


중학교 때 피아노를 배웠다. 무리하게 어려운 곡을 빠른 메트로놈에 맞추어 연주했다. 그랬더니 피아노를 치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특히 바흐. 곡은 멋지지만, 치는 나는 멋지지 않았다. 특히 트릴 부분은 쥐약이었다. 그 감정이 괴로워서 베토벤을 치다가 손절했다. 아예 손을 놓았더니 젓가락 행진곡을 겨우 칠 실력밖에 안 남았다.

차라리 내가 즐길 수 있는 속도로, 좋아하는 곡을 연주했다면, 지금도 좋아하는 곡 몇 곡은 즐겁게 연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뒤쳐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든다. 근데 어쩔 수 없다. 내 실력이, 능력이, 기본 스탯이 여기까지인 것을 어쩌랴.

여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유니크-하니까. 작가는 나만의 속도에 따라, 내가 가고 싶은 경로를 걷는 것. 그 스토리를 엮어내는 것. 그것이 재미있단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긴 한데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공감하지 않은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나는 아직 그렇게 적극적으로 인생 실험을 할 준비는 아직 안되었다. 실패는 아직 무섭다. 스케일이 크다면 더더욱. 그래도 저자의 실험 덕분에 위안을 얻고 간다. 나에게 삶의 방식을 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그의 인생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만으로도 뭐랄까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2018-08-13 23;22;09.PNG 으엉 ㅠ 그게 그렇게 간단한가요 ㅠㅠ



#책 리뷰,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하완 작가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 그 위대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