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by Peter Kim
기다리고 있었던 『시작노트』가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1/31 자로 주문했지만, 2/9이 되어서야 펼쳐볼 수 있었다. 구정 연휴가 끼어 있어 배송이 늦어졌고, 배송이 된 시점에는 입원을 하게 되는 바람에 택배를 뜯어볼 정신이 없었다. 1차 퇴원 후 택배를 뜯어보니, 『마음 가면』과 함께 교보문고 여행가방 모양의 택배 상자에 가지런히 담겨 있였다. 표지부터 깔끔하니 마음에 들었다. 풀어놓고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가, 2/13 2차 입원을 하게 되는 바람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병상에서 책을 집어 들었다가, 2시간도 되지 않아 완독을 했다. 그만큼 몰입력 있고 술술 잘 읽히는 책이라고나 할까.
요새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애쓴 만큼 결과가 항상 따라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어린애는 아니다. 여러 차례 몸으로 겪어 알고 있다. 예전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워킹맘으로 일하며 육아하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임신 중이라 피곤해서인지, 그렇게 열심히 살았어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알아버려서인지 책 하나 완독 하는 것, 새로 추천받은 맛집에 밥 한 끼 먹으러 가는 것마저도 마냥 부담스럽기만 했다. 욕심나는 것들은 많지만, 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두려움과 부담이 항상 마음 한편을 차지했고,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것저것 도전했다가 무리하는 바람에 이렇게 입원하게 되었지만..) 이런 마음을 고백하면, 사람들은 책을 읽어보라고 했다. 본인들이 읽어보고 도움이 되었던 책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작년에 실행력, 동기부여에 관한 책을 몇 권 골라 읽었다. (리스트는 아래에)
모두 좋은 내용의 책들이었다. 제시하고 있는 해결방법이 그렇게 어려운 것들도 아니었다(『타이탄의 도구들』의 모닝 루틴, '아침에 기상해서 3분만 투자해 잠자리를 정돈하기', 『습관의 재발견』에서 저자가 이야기한, '일단 한 번 팔 굽혀 펴기 하기'는 쉽게 도전해 볼 만한 난이도 낮은 과업이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의미 있는 내용을 친절하게 제시한, 세계적 베스트셀러들이 내 삶을 바꾸지 못했다는 데 있다.『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고, 사실 잠자리를 정돈하는 것을 이틀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아이를 재우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데,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내가 잠자리까지 정돈해야 해? 이걸 한다고 뭐가 바뀐다는 거야!'라는 짜증이 치밀어 올라서 그만두었다. 제시한 해결방법이 문제였다기보다, 받아들이는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시작노트』를 읽기 시작할 때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내용은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마음의 여유가 없고, 새로운 병증까지 얻어 입원 중인 워킹맘의 일상을 바꿔줄 마법 같은 건 이 책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작가님을 몇 번 뵙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Part 1에 전진 배치된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래'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자유를' 소 챕터를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일까. 아니면 나도 평소에 고민하고 있는 것들, 예컨대 핸드폰 앱들을 어떻게 하면 삶에 최적화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Part 3.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는 법) 하는 고민, 바빠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 게 부담스러운 마음(Part 4. 늘 바빠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힘들어요) 등에 대해 저자가 무겁지 않게 고민해보고, 부담스럽지 않게 도전해 보고, 인간적으로 실패도 좀 해본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줬기 때문일까. 그 과정 전반을 부담스럽지 않은 유쾌 하먼 서도 담담한 문체로 풀어냈기 때문일까.
부담스럽지 않은 시도들을 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스몰스텝'이 버겁다면, '베리 스몰스텝', '나노 스텝'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겠냐고 내 마음을 토닥토닥해주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지하철 N행시를 한번 지어볼까? 이번 육아휴직에는 계란말이를 한번 배워볼까? (21개월 아이 엄마라는 사람이 계란말이를 할 줄 모르고 있었다. 도전하는 게 무서웠었다) 실패하면 또 어때. 다시 해보면 되지. 2019년은 『시작노트』의 조언에 따라 작고 소소하게 나를 바꿔줄 도전들로 채우려고 한다. 내실을 다지고 나를 잠잠하게 채워나갈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조금은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이런 긍정성을 회복한 게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멈춰 선 그 자리에서,
망설이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단지 한 발자국을 내 디디면 된다.
그것이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지름길이다.
시작노트(머리말 중)
(독자인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흑흑)
1. GRIT
2. 지금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3. 타이탄의 도구들
4. 아주 작은 반복의 힘
5. 이카루스 이야기
6. 습관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