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돈, 그 외 자원이 무한하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먼저 자유롭게 살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공간에서 할 것이다. 나에게 충분한 돈이 있다면 기업에 속한 사내변호사가 아니라 법무법인을 이끄는 송무변호사를 할 것이다. 주 업무분야 및 핵심가치는 아동·청소년·동물·여성 등 소수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 혐오를 근절시키는 것이다. 내가 속한 법무법인은 관련된 소송사건을 맡아 진행하고, 입법 촉구 활동과 법률교육활동을 한다. 동업자들 그리고 어쏘 변호사들은 나와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다. 그리고 이중 몇몇은 워킹맘, 워킹대디다. 모든 활동은 2인 이상이 팀을 이루어 맡아서 진행한다. 아이가 아프거나 본인이 아플 때,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눈치 보지 않고 파트너와 조율해서 쉴 수 있다. 만약 파트너와의 조율로도 대응이 어려우면 법인 단위에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단단히 조직화한다. 나도 그렇게 일과 삶을 양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에 포함된다. 하지만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엄청나게 몰입한다. 우리는 세상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우리의 가치를 실현해 낸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더 멋진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서 일한다. 지금 하는 일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포인핸즈 등 몇몇 단체를 후원하고 개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며 가치를 실현한다. 수준 높은 언론을 만들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시민기자 및 작가들을 응원한다. (아이엠피터님, 박현우 작가님과 같은 분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재능 있고 뜻있는 사람들이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취재, 조사, 글 작성 작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금액을 꾸준히 후원한다. 시설에 입소해 있는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 패키지를 만들어 제공한다. 지금 생각하는 강의는 3개 꼭지다. (1)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스스로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고 글쓰기와 친해질 수 있도록 한다("일과삶"작가님께 강의를 의뢰한다) (2) 나를 위한 돈 공부- 부모님께 돈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하는지 자세히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에게 가계부 쓰는 법,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법, 자산을 만들어 증식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작업대출, 부동산 사기 등으로 소중한 첫 종잣돈을 날리기도 하고, 파산, 개인회생, 그리고 때론 형사사건에까지 연루되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사례를 알려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가계부 강의는 "헤븐" 작가님께 의뢰한다. 작업대출, 부동산 사기 등 재정 관련 법률 강의는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 '함께' 변호사님들 중 한 분께 의뢰한다. 그 외에도 (3)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공대생의심야서재 작가님의 강의를 소수정예로 구성해 볼 수 있겠다. 좋은 퀄리티의 강의가 될 수 있도록 연구비 및 강의비를 충분히 챙겨드리고, 프로그램 및 전달방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다. 돈의 차이가 교육의 차이가 되지 않도록. 교육의 차이가 계급의 차이로 귀결되지 않도록.
매년 낯선 도시를 가본다. 두 아이들의 방학 때 한 달씩, 새로운 도시에 간다. 처음에는 내가 가고 싶은 도시에 갈 것이다. 숙소, 경로, 음식점 등도 가족과 협의하되 내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외삼촌 댁이 있는 뉴질랜드가 1순위다. 그다음은 <왕좌의 게임> 촬영지인 크로아티아를 가본다. 그 이후에는 아이들에게 가고 싶은 나라, 도시를 고민해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오소희 작가님의 글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생기면, 그 선수가 다녔던 스포츠 클럽이 속한 도시를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런 장소 선정이 익숙해지면, 숙소나 이동 편도 골라보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정답 없는, 효율성을 따지지 않는, 여정 자체를 즐기는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과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함께 고민해 볼 것이다. 기고문을 쓰고, 소송 서면을 쓰고, 유튜브도 찍는다. 매 여행의 기록을 남겨두었다가, 변호사로서의 일에 피로감을 느낄 때면 1년 자기 계발 휴직을 쓰고, 내가 가장 좋았던 도시 한 곳을 골라 1년쯤 살면서 드라마 시나리오를 쓸 것이다. 두 아이는 나와 같이 살면서 현지 학교를 다니며 친구들을 사귀고, 언어와 문화를 배울 것이다. (내 이럴 줄 알고 영어유치원에는 보내지 않았다.)
제철 식재료로 요리를 하고, 예쁜 그릇에 담아서, 앉아서 먹는다. 일주일에 3번, 2시간씩 시간을 내서 운동한다. 체력장 5급에 저질 체력을 자랑하던 나였지만, 10년 넘게 운동을 배우니 철인 3종 경기 출전도 가능할 만큼 건강해졌다. 좋아하던 수영은 영법 교정을 받아 우아하게 접영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필라테스를 하다 보니 몸은 더 유연하고 탄탄해졌다. 작고 떨린다고 종종 지적을 받았던 목소리는, 발성 및 보컬 훈련을 받아 개선했다. 다음 예배 때 내가 좋아하는 곡을 찬양 특송으로 부를 예정이다. 천관웅 목사님의 <밀알>이라든가, Avalon의 <Can't live a day>를, 새언니와 함께 연습 중이다. 중고등부 아이들을 위해 성경강의를 준비 중에 있다. 시간이 나에게 준 가장 좋은 선물 중의 하나는, 성경을 읽고 음미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꿀송이보다 달고, 무협소설보다 재미있고, 어떤 책보다도 지혜로운 성경의 참맛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