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BAD FATHERS
안 내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어서도 안 되고.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가 있다.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버지들에 대한 제보를 받고, 내용을 검증한 후 인터넷에 게시한다. 양육비를 지급한 후, 그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바로 게시글을 삭제해 준다.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정보가 올라간 아버지들 중 몇 명이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운영자 중 한 사람인 구본창 씨는 폭행,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전에 양육비를 지급하고 삭제 게시 요청을 하 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일텐데.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도 주지 않는 아버지들의 초상권보다는 아이들의 생존권이 우선한다고 주장하고, 아버지들은 초상권 침해는 어쨌든 법위반 아니냐 주장하고 있다. (몇 건은 불기소 처분이 났다고 하나… 대응하는 것 자체도 일일 것이다.) 여하튼 실정은 이렇다.
*배드파더스 사이트:
https://badfather540837381.wordpress.com/blog/%22https://badfather540837381.files.wordpress.com/2019/06/cropped-ed9484eba19ced9584.png?w=200%22&type=ff120&service="
*배드파더스의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관련 소송: 2020년 1월 공판기일 예정
https://blog.naver.com/all_artist/221707044402
문제는 이렇게 '안 주고 버틸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의 현행 법제도는 양육비 미지급을 단순히 채권-채무관계로 파악한다. 채권자(양육자)가 채무자(비양육자)가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소송, 재산 확인, 집행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건 양육자 입장에서 참으로 한숨나오는 일이다. 배우자 없이 경제활동과 양육을 홀로 책임지고 있는 양육자는 시간이 부족하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증거를 모으고, 법정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인 경우도 많다.
지난 10월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이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양육비이행관리원 개원한 이후인 2015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양육비 이행 확정 건수 1만1535건 중 이행된 것은 3722건”으로 이행률이 32.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7명은 실제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보다 “일부러” 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인용구 출처는 하단 아주로앤피 기사)
그런데 어렵게 승소를 하더라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67.7%에 달한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소송도 못 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이행률은 더 떨어진다. (보통 회사의 급여채권을 압류, 추심하거나 확인된 부동산 등의 자산을 압류, 환가하는 형식으로 집행한다. 비양육자들은 퇴사, 위장 전입, 연락처 변경, 재산 명의변경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집행을 피해간다. 연락두절 및 잠적은 기본 옵션이란다.) 문제는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양육자가 '양육비 채권을 미회수한 상태'로 알아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를 기르면서 필요한 비용은 최대한 쪼들리며 어떻게든 마련해서, 또는 빚을 져서 마련해야 한다. 과태료, 감치제도와 같은 강제 수단이 법 상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있다.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실거주지가 다른 경우, 6개월 내에 비양육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감치명령은 무효가 된다. 그나마도 감치 재판의 실효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최근에 연장했다.)
국가가 좀 더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런 주장은 계속 제기되어 왔다. 국가가 양육자들에게 양육비를 대신 먼저 지급하고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회수하거나 강제징수하여 전달해 주자는 '국가 대지급'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판결문 '집행', '강제이행'의 역할을 국가가 대신해 준다 보면 되겠다). 대지급제도는 노르웨이, 핀란드, 미국에서는 이미 각 '아동법' '혼인법' 'CSE' 법령 하에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이에 더해 운전면허 정지, 차압 등의 보다 강력한 징구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외국 법제에 대한 내용은 언론보도 내용을 참고했다. 나중에 연구를 한 번 해봐야겠다.)
우리 나라는 왜 이런 제도가 없냐.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단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꼭 필요한 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에 예산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 참 안타깝다. 당연히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얼마가 드는지. 어떻게 재정을 마련할지. 다만 때로는 우선순위의 문제로 밀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월호 인양에 돈이 드니까 하지 말라고 하던 모 위원은 지역예산으로는 900억을 편성한 적도 있었고.) 아동의 생존권에 대한 문제다.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여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선지급과 징구 사이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지연이자 및 법집행 비용)에 대해서도 비양육자로부터 받아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법집행을 촘촘하게 함으로써 재정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춘숙·서영교 의원,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양육비 미지급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들 법안에는 국가의 양육비 대신지급제를 비롯해 미지급자 신상 공개와 출국 금지, 운전면허 제한, 아동학대 혐의 처벌 등의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경찰청 등 부처 이견으로 관련법이 계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과업은 입법 촉구, 입법화, 그리고 실무에서 제대로 돌아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겠다.
주로 참고한 언론기사: 인용문도 이 기사에서 따왔습니다.
http://www.lawandp.com/view/20191216140554537%22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9/12/16/20191216141436878253.jpg%22&type=ff500_300&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