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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노 Oct 09. 2020

30대에 도수치료 받아봤니?

미안해 척추야 

두달도 안 된 일이다. 얼마 전 회사 사무실에서 앉아 있다가 일어나려는데 허리 뒷 쪽에 찌릿하는 통증이 느껴지면서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있다가, 일어나는' 그 단순한 동작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처럼 몸을 구부린 채로 회의실까지 걸어갔다. 점심시간에 병원에 가서 뭐 신경 중단술이라나 뭐라나 하는 주사를 맞고 나서야 몸이 겨우 펴졌다. 충격이었다. 이런 건 최소 50대 되어야 겪는 일인 줄 알았는데.  


"몸은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을 기억한다." 


얼마 전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말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는 수능 준비, 대학교 때도 뭐 공부(.. 공부만 한 건 아닌데 많이 앉아있었다), 변호사시험 준비하면서는 더더욱 앉아서 공부. 변호사가 되고 나서는 당연히 앉아서 업무. 그렇게 앉아서 공부만 해왔던 내 삶이, 지금 와서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 우울한 시절의 역사가 내 몸에 새겨져 있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보니 척추가 내가 탄생한 이래 근 36년간 많이 무리했다. 앉아서 공부할 때도 무리하고, 옆으로 길게 누워서 미드 보고 애니메이션 볼 때도 무리를 하고, 어린 시절 멋 좀 부려보겠다고 하이힐 신고 다녔을 때도 무리를 좀 하고. 미안했다. 뼈와 관절을 도와줄 큰 근육도 좀 키워주고, 스트레칭도 좀 해주고, 뻣뻣한 관절에 기름칠도 좀 해줬어야 했는데. 신경중단술 치료를 받고 나서는, 도수치료와 근육운동을 병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나만 이런가? 잘 못 살았나?' 하며 병원을 나오는데, 회사 근처의 상가건물마다 허리통증치료, 도수치료 간판이 붙은 무수히 많은 정형외과가 보였다. 왠지 씁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동료들을 많이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사무직 노동자들은 오늘도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겠지. 퇴근하자마자 서둘러 집에 가서 아이를 보던, 살림을 보던, 또 다시 척추건강을 돌보지 않고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들 힘내요. 그리고 우리, 어떻게든 운동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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