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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노 Apr 18. 2022

꾸준히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

제 writer's block은요. 

얼마 전에 또, 어김없이, 브런치 알람을 받았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 


스팸처럼 보내는 알람임을 아는데도, 나는 또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리고 쓰고 싶은 글의 얼개를 간단히 짜서 [작가의 서랍]에 고이 넣어둔다. 글을 포스팅하고 싶다는 욕망과 그럼에도 아직 다른 사람들 앞에는 꺼내놓고 싶지 않다는 모순된 두 마음 사이에서 방황한다. 왜 서랍의 글을 꺼내 발행하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일까.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수준 미달의 글을 내놓았다고 비난할 사람도 없고(아직 초보 작가니까?), 누가 그런 비난을 한다 한들 감당하지 못할 나도 아닌데. 


아예 글 자체를 쓰는 게 힘든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기한이 정해진 보고서, 소송 서면, 2주에 한 번씩 마감이 돌아오는 칼럼은 마감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 또 어느 정도의 퀄리티도 나온다. (칼럼의 경우, 6개월이라는 기간이 정해진 기고였는데, 1회 연장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아마 객관적으로도 못 쓴 글은 아니었기 때문일 터였다.) 그런데 왜 브런치 글은 꾸준히 쓰기가 힘들까. 주제, 소재, 분량, 어조 등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데도.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써서 발행만 하면 된다는 데도.


아마도 내가 더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 때문인 것 같다. 글감을 선택할 때,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써 내려갈 때마다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것이 부끄럽다. 육아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남들 다 감당하는 평범한 일(?)인데 나 혼자 이렇게 힘들다고 우는 소리를 하나 싶고, 모성애 하나로 모든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징징거리네, 라는 평가를 듣게 될까 봐 무서워서 오늘도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이 글은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으려나..)


그래도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쓰면서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징징거리는 글 밖에 쓸 수 없는 작가라도, 아무 글도 써내지 못하는 작가도 아닌 존재보다는 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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