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다시금 반했던 순간
내, 내가 지켜줄게!
결혼하고 몇 달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자정이 넘은 깊은 밤이었다.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락 말락 한 그런 때였다.
쿵. 쨍그랑. 우어어억.
평범하지 않은 소리들이 윗집에서 들려왔다. 처음에는 작은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 같았고. 그다음엔 유리로 된 큰 것이 깨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듣기에는 여자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잠이 든 줄 알았던 남편이 가만히 나를 당겨 안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남편의 심장이 아주 세차게 동당동당- 뛰고 있었다. 그런 소리를 직접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는지 긴장한 모양이었다.
"... 이렇게 안전한 집에 있는데 걱정할게 뭐 있어. 그보다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닐까?"
"아냐 아냐.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르잖아."
"근데 어떻게 지켜주게? 이렇게 긴장한 거 보니까 내가 지켜줘야 되게 생겼는데?"
"아냐. 어떻게든 여보는 내가 지킬 수 있어."
남편의 심장이 하도 세차게 뒤길래 내 심장도 그렇게 뛰는지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어보았다. 평소와 별다르지 않은 희미한 박동이 느껴졌다. 남편은 집안에 물건이 날아다니는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좀 더 격하게 반응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엔 뭐 그렇게 비장하게 지킬 일 없어. 다음에 지켜줄 일 있으면 잘 부탁할게."
남편의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조금 안심하는 듯한 남편의 표정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누가 나를 이렇게 지켜준다고 말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본인도 무서워서 심장이 세차게 뛰는 상황에서도 너만은 어떻게든 지켜주겠다, 말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나는 꽤 독립적인 사람이었고. 내 불안은 내가 알아서 하는 게 조금은 당연하다 생각했었으니까.
앞으로도 남편에게 오롯이 내 삶을, 내 안전을 부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응당 내 삶과 내 안전을 지키는 건 내 스스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남편이 지켜준다는 말을 해주니까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남편에 대한 애정이 좀 더 자라났다. 우리 관계에 대한 확신이 조금 더 생기는 그런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후회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때 경찰 신고는 할 걸 그랬다.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누군가는 위험했을지도 모르는데. 오지랖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별일 아니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