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게임의 룰 다섯:

레벨업을 하려면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

by 티라노

인생게임의 룰 다섯:

레벨업을 하려면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



어떤 도전을 하고 있나요?


사부는 제자들에게 평소에 자기를 점검해 볼 수 있도록 basic check list를 주었는데, 그중 한 가지가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가"였다. 이 글은 성장을 위해 매일 새로운(조금은 무모한) 도전을 해야 한다는 사부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자신 만의 안전지대(safety zone)가 있다. 내 경우엔 가족, 친밀한 주변 사람들, 우리 동네, 회사, 그리고 내가 해왔던 업무 등이 나의 안전지대다. 그 안에서 평소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기분을 만끽하던 중, 오랜만에 사부와 M2 가족들과 함께한 강연에서 사부는 "스스로 생각할 때 조금은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도전을 하고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성장하고 있지 않은 겁니다"라고 말했다.


모두에게 들으라고 말해준 것이지만, 나는 마치 나에게 강조해서 얘기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정을 꾸렸고, 자녀가 태어났기 때문에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할 시기는 아니지 않은가 생각하며 잠시 성장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있었던 터라 찔렸던 것 같다. 꼬박고박 월급도 주는 회사(거기다 팀원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다!)에 감사하며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도 좋아'라며 빈둥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더 레벨이 높은 시련이 다가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경력관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고, 내가 정말 인생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도 찾아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이전까지 보다는 더 난이도가 있는 과업이고, 나에게 지금 당장 대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나는 이 모든 걸 쉽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 따라서 지금 레벨업을 재개해야 한다.



고렙 지역으로 가야 레벨업할 수 있다.


"레벨업 해야 한다. 지금 새로운 도전을 뭐라도 해봐야 해"라고 마음은 매일 같이 새로 고쳐 먹는데도, 좀처럼 시작을 하기가 어렵다. 한 번 시작하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마음속에 묘한 저항감이 있다. 그것도 아주 교묘하게 저항한다. "아예 안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내일(또는 다음에) 하자고."라고. 하지만 그러다 보면 영원히 레벨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레벨업을 하겠다는 욕망보다 그냥 안주하고 싶은, 잠깐만 쉬고 싶은 욕망의 강도가 진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지대 밖으로 한 발씩 내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안전지대 안에 있으면 편하다. 와우에서도 내 레벨보다 내가 속한 지역의 레벨이 낮으면 몬스터나 적군의 공격에 죽을 일이 없다. 당연히 마음도 편안하다. 그런데 내 레벨보다 더 낮은 레벨의 지역에 계속 머무르면 레벨업을 할 수 없다. 레벨업을 하려면 힘들더라도, 무섭더라도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야 한다. <크로스로드>에서 퀘스트를 다 마치고, 주변 몬스터들도 나보다 레벨이 더 낮아졌다면, <타우라조 야영지>로, 그 후엔 <해바위 야영지>로, <높새바람 봉우리>로, <잿빛 골짜기로>로, 계속 나보다 레벨이 높은 지역을 찾아가야 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그때야 비로소 레벨업을 할 수 있다. 내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지역으로 처음 이동할 때는 두렵다. 갖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센 몬스터를 두 마리 이상 만나면 높은 확률로 사망해서 무덤에 다녀와야 하고, 퀘스트 내용도 어렵다. 지역도 익숙하지 않아 길을 잃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퀘스트를 다 깰 때쯤이면, 나는 어느새 레벨업이 되어 있다. 그 지역을 들어올 때 처음 만났던 몬스터 같은 건, 나를 쫄게 했던 잿빛 늑대 같은 건 한두 번의 공격으로 쓰러뜨릴 수 있게 된다.


잿빛골짜기.PNG 나에게 레벨업의 무서움을 알려준 <잿빛 골짜기> (출처: 네이버)



그때 우리는 성장한다.


얼마 전 방영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2: 목포편> 에서 뇌과학자 장박사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더 멋진 표현으로 더 섬세하게 표현했다(뇌과학 분야에서도 알아주는 석학이 이런 문학적 표현까지 잘한다니, 사기 캐릭터인 것 같다). 사람이 성장하는 때는 단단한 껍질을 내려놓고 연한 속살을 환경에 노출시키는 리스크를 감당할 때라는 것. 정말 약해져 있고, 스치기만 해도 상처받을 것 같을 때 우리는 성장한다는 것. 원문에 가깝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갑각류는 껍데기가 있어서 겉이 딱딱한 생물인데, 그 갑각류가 성장을 하려면 탈피를 해야 돼요. 탈피한 직후의 갑각류는 아주 약해요. 하지만 갑각류가 성장하는 때는 오직 가장 약해져 있는 바로 그 순간이에요.
인간의 몸은 척추동물이지만 마음은 갑각류가 아닌가 싶어요. 사람도 마찬가지로 성장하는 순간은 가장 약해져 있고 상처받을 수 있는 순간인 것 같아요. 상처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껍질도 좋지만, 죽을 것 같고 스치기만 해도 상처받을 수 있는 그 순간이 바로 우리가 성장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알쓸2.PNG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2, 이하 '알쓸신잡2'> TvN, 이미지출처: 네이버




안전지대를 떠나다.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경험치를 쌓다.


그렇다면 안전지대에서는 어떻게 나오면 될까? ①먼저 내가 원하는 삶과 현실의 나를 살펴본다. 그리고 ②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내가 어떤 능력을 더 길러야 하는지, 어떤 것을 추가적으로 갖추어야 하는지 본다. 그리고 ③내가 원하는 삶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그런 과업을 주는 곳으로 가면 된다.



요령을 모르던 제자, 무턱대고 이직하다.


내 경우엔 이직이었다. 당시 내가 다니고 있던 첫 직장은 좋은 곳이었다. 일단 네임벨류가 있었고, 팀장님, 팀원들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적지 않은 월급을 매달 늦지 않게 주었을 뿐 아니라, 집 앞에서 회사까지 가는 셔틀, 하루 3끼씩 매끼마다 다이어트 식단을 포함해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주던 곳이었다. 무엇보다 회사차원에서 모성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출산(산전후)휴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소 있고 그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관리해 주는 곳이었다. 매우 달콤한 안전지대였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가겠다는 경력 로드맵을 그릴 수가 없었다. 내 일상은 편안했지만, 레벨업을 원하던 상태였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지원했다. 주변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왜 굳이 더 어렵고, 왜 더 보장되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내심 나도 무서웠다. 옮기려는 회사가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까? 다니던 회사에서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같이 일할 수 있을까? 연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업무강도는 더 높을 게 뻔하고, 아직 체계도 덜 잡힌 것처럼 보이는 회사로 옮기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확신이 잘 서지 않았었다. 들어가는 과정도 힘들었다. 일정이 촉박해 자기소개서를 하루 만에 써서 내야 했고, 경력직에게도 수학 문제를 포함한 인적성검사도 요구했고, 직급 인정 관련해서도 협상을 해야 했다. 입사 후에는 1년 반 동안은 4시 50분에 기상해서 밤 10시가 넘어 귀가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그 전엔 해보지 않던 금융, M&A 딜에 참여했고, 퇴직금, 추심금, 물품대금 반환, 부동산 소송 및 집행도 동시에 진행했다. 처음 하는 업무를 할 때마다 촉각이 곤두섰다.


어느새 회사를 옮긴 지 2년째, 언제 불안했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다. 처음엔 불안했던 새 직장에서의 삶도 어느새 익숙해졌고, 그 2년이라는 기간을 견디면서 내 레벨도 분명히 올라간 것이 느껴진다. 막연히 고민만 해보던 서면 쓰기, 변론하기, 로펌 컨트롤하기 등을 실제로 해본 것만으로도 경험치라는 자산이 쌓이고, 내가 능히 해낼 수 있는 것과 좀 더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의 목록 등의 데이터도 구체적으로 확보하게 되었다. 좀 규모가 큰 도전이었고,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도 분명히 있었지만 레벨업의 측면에서는 분명 성공적이었다.



가급적 안전하게 레벨업해 봅시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이 이직 같은 극단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안전지대를 과감하게 벗어날수록 과감한 레벨업이 가능하지만, 레벨업 당시 겪어야 할 시련도, 감당해야 할 리스크의 스케일도 커지기 때문이다. 15레벨에서 바로 20랩~25랩 지역으로 가기보다는 14랩~20랩 지역을 거쳐 가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M2 핵심 멤버 중 한 분은 전통 클래식 음악을 하던 첼리스트셨지만, 얼마 전 조금 달리하여 CCM 음악 연주 앨범을 내셨다. 첼로 연주, 음반 작업 등 본인이 친숙한 분야에서 장르만 변경하였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음반이라는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었으므로 비교적 안전하게 레벨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본업인 법무업무와는 아직 큰 상관이 없지만, 부족하나마 멘토링 노트와 그 밖에 생각나는 콘텐츠를 묶어 책으로 낼 생각이다.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있어 친숙하고, 앞으로 법무와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니 리스크가 적다. 하지만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에 대해서는 사부만큼 알지 못하고, 관련 분야의 책을 써본 적도, 멘티를 길러본 적도 없으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서툴고 영향력 없는 자신을 마주해야 하고, 그 과정이 즐겁지 만은 않다. 아직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지 않으니, 아마 자비를 들여 출판해야 할 것 같은데 이 또한 금전적인 리스크이다. 하지만 감당하고 안전지대 밖으로 한 걸음 나가볼 예정이다. 한번 나간 후에야 비로소 레벨업을 할 수 있으니까. 한 끝 차이지만, 유의미한 차이다. 그 차이들을 만들어내는 걸 계속했을 때에야 비로소, 만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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