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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노 Jan 02. 2018

복직 첫날

휴우. 생각보다 괜찮게 흘러갔어. 

복직 첫날. 7개월 만에 일하러 가는 길. 긴장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 스스로 만든 과제 때문에 복직 전날까지 정신없이 작업을 했지만,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게다가 나는 7개월 간은 아가님과 시간을 보내는데 집중하겠다고 결심하고 가급적 일을 꺼내보지 않았다. 전문분야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잠시 내려놓았었다. 어쩌지. 나, 깡통이 되어 있으면. 


그런데 오늘 하루는 감사할 것 투성이었다. 아기를 봐주시기로 한 시부모님은 오전 일찍 오셔서 혼자도 안차려 먹는 아침을 차려주셨고, 시아버지(a.k.a 대장님)께서는 날 일터까지 태워다 주셨으며, 팀원들은 그동안 밀린 일의 업무분장은 미뤄두고 잘 지냈는지, 건강했는지, 걱정되는 점은 없는지를 먼저 챙겨줬다. 그리고 우리 아가님도 평소보다 더 오래 엄마가 보이지 않았는데도 할머니, 할아버지랑 웃으며 잘 놀아줬다. 며느리가 돌아오자 떡국까지 챙겨주셨다. 오랜만에 일터로 나간 딸이 걱정돼서 보내준 엄마의 카톡도, 퇴근은 잘했는지 물어봐주는 새언니의 다정한 카톡도 마치 비눗방울처럼 마음에 몽글몽글 예쁘게 내려앉았다. 


워킹맘의 앞길이 앞으로 어찌 쉽기만 하랴. 그리고 정말 세계 최고의 시부모님이시기는 하지만, 앞으로 얼굴 붉힐 일이 전혀 없지는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인 걸 뭐. 하지만 오늘 하루는 정말 감사할 일 밖에 없었고, 부정적인 생각이나 괜한 걱정이 슬며시 들어올 틈도 없이 촘촘하게 행복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몸은 진짜 피곤한데, 너무 행복해서 잠들기가 아깝네. 


나중에 정말 힘들고 속상할 때 꺼내보고 위로를 받아야지. 첫날 너무 잘 보냈어. 티라노. 파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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