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도 돼서 다행입니다
어떤 사람은,
좋아하기 전에 먼저 허락부터 구해야 한다.
나한테.
“또 상처받으면 어떡할래?”
“이번에도 기대했다가 무너지면?”
그런 질문을 마음속에서 끝없이 되뇌다가
결국 마음의 문은 열리지 않고,
그 사람도, 나도, 멀어진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한참을 지켜보고,
한참을 의심하고,
한참을 혼자 설득한다.
근데 가끔,
참 이상한 순간이 온다.
“아, 이 사람은 괜찮겠다.”
그런 느낌이
머리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다.
말을 잘해서도 아니고,
어떤 이유도 정확하지 않은데
그냥 좋아해도 될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는 날에는
내가 내 마음에게 처음으로 말해준다.
“좋아해도 돼. 이번엔 괜찮을지도 몰라.”
그리고 나중엔 이렇게까지 말하게 된다.
“좋아해도 돼서, 다행입니다.”
그건 사람 하나에 대한 문장이 아니라,
내 마음 전체에 대한 선언이다.
지금껏
“사람은 언젠가 나를 실망시킬 존재”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 믿음을 아주 조금은 덜어내도 된다고,
내 안에서 속삭인다.
누군가를 믿어도 되는 세상,
살만하네.
오늘 하루가 특별했던 게 아니라,
그 사람 덕분에
세상이 조금 특별해졌을 뿐인데,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