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온도들 #1

좋아해도 돼서 다행입니다

by 담아


어떤 사람은,

좋아하기 전에 먼저 허락부터 구해야 한다.


나한테.


“또 상처받으면 어떡할래?”

“이번에도 기대했다가 무너지면?”


그런 질문을 마음속에서 끝없이 되뇌다가

결국 마음의 문은 열리지 않고,

그 사람도, 나도, 멀어진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한참을 지켜보고,

한참을 의심하고,

한참을 혼자 설득한다.


근데 가끔,

참 이상한 순간이 온다.


“아, 이 사람은 괜찮겠다.”

그런 느낌이

머리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다.


말을 잘해서도 아니고,

어떤 이유도 정확하지 않은데

그냥 좋아해도 될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는 날에는

내가 내 마음에게 처음으로 말해준다.


“좋아해도 돼. 이번엔 괜찮을지도 몰라.”


그리고 나중엔 이렇게까지 말하게 된다.


“좋아해도 돼서, 다행입니다.”


그건 사람 하나에 대한 문장이 아니라,

내 마음 전체에 대한 선언이다.


지금껏

“사람은 언젠가 나를 실망시킬 존재”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 믿음을 아주 조금은 덜어내도 된다고,

내 안에서 속삭인다.


누군가를 믿어도 되는 세상,

살만하네.


오늘 하루가 특별했던 게 아니라,

그 사람 덕분에

세상이 조금 특별해졌을 뿐인데,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