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17주차
오랜만에 우리 노견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흩어봤다.
매번 찍기만 하고 돌아본 적이 그다지 없어서
갤러리 한 켠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폴더를 열어
오랜만에 꺼내봤다.
맞아, 옛날에 이랬었지. 이렇게 행동하는 애였지.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30초짜리 영상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다.
기쁘고 즐거우면 꼬리를 흔들고
신나고 행복하면 제자리에서 몇 바퀴고 빙빙 돌며
간식을 쥔 손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났고 많은 일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참 특이하게도 그립지는 않았다.
우리 노견이 생기발랄하게 뛰어다니고
꼬리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알던 때가 너무, 너무나 좋았지만
우리 노견은 여전히 우리 노견이었다.
나이가 들었을 뿐, 같은 아이였다.
핸드폰 속에 있는 우리 노견이나
지금 내 옆에 누워서 자고 있는 우리 노견이나
행동에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놈이었다.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서도.
우리 노견이 우리 강아지였을 때부터 봤던 누군가는
'예전에는 이랬는데 저랬는데' 말하곤 했다.
365일 중 365일을 같이 지낸 나는
우리 노견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소변을 못 가리고 찡찡대고 깨어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그거야 병과 나이 때문이니까, 뭘 어떡하겠는가.
내 말은, 알맹이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얘가 늙어서 이렇게 됐구나, 같이 한 세월을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그게 너무 좋았다.
한 생명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또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행복하게 함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