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

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18주차

by 휴지

대학교는 방학, 날은 그럭저럭, 장마는 직전.

가볍게 놀러갔다 오려면 지금 밖에는 때가 없을 거 같다.


머얼리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기일게 있고 싶은 것도 아니고

너어무 재밌지 않아도 된다.


나쁘지 않은 호텔에서 호캉스를 해도 좋고.

괜찮은 카페에서 하루를 보내도 좋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우리 노견과 함께 가고 싶다.



우리 노견을 데리고 여행을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어려서는 내가 학교를 다니느라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고

젊어서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여행을 다닌다는 개념이 없었고

늙어서는 도저히 어디를 데리고 갈 수가 없다.


치매가 생긴 이후로 낯선 데를 가는 것을 유독 꺼리는 탓이다.

한창 팔팔할 때도 산책 말고 어딘가를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긴 했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그런 성향이 극대화된 것 같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무언가 추억을 남기고 싶다.

걸어서 놀러 갈만한 곳이 있으면 참 좋을 거 같은데 영 애매하다.

같이 공원 벤치에서 누워보기라도 할까.


우리 노견이 어릴 때 나도 어렸고

우리 노견이 창창할 때 나도 창창했는데.

나는 사회초년생도 못 됐는데 우리 노견은 저물고 있다.


그 때문에 하루 또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저 초조할 뿐이다.

추억을 하나라도 더 쌓아야 하는데 공부를 하고

과제를 처리하기에 바빠서 산책조차 나가지 못 하고 있으니.


확 휴학이라도 해 버리고 싶다.

나도 우리 노견이랑 놀러갈래.


찡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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