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동생과 자식 사이

치매 걸린 노견과 함께, 19주차

by 휴지

우리 노견과 나는 5년 넘는 터울이 있다.

서로가 사람이었다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는 너무나 빨리 늙어 이제는 내 자식 같은 존재가 되었다.


동생에서 자식으로.

아주 스펙타클하다.


우리 노견이 집에 처음 왔을 때.

강아지도 아니고 솜을 뭉친 덩어리처럼 생겼던 시절을 아직도 기억한다.

낯선 집에서 방황하던, 딱 손바닥만 했던 작은 아이를.


내 인생에서 빼뜨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와

한 살 한 살 함께 나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게 기쁘면서도

나의 미성숙함을 감당했어야 할 우리 노견에게 미안하다.


우리 노견이 어릴 때 나도 어려서 더 많은 경험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깨달음을 늦춘 자신도 원망스럽다.


같이 앉아서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싶고

같이 걸으며 푸르른 초록과 산의 맑은 공기도 마시고 싶고

같이 뛰면서 넓은 수평선도 보고 파도 소리도 듣고 싶다.



사실, 억지로 하라면 할 수 있는 것들이긴 하다.

그게 문제다, '억지로'.


이동장에 우리 노견을 넣어서 택시를 잡든 기차를 잡든 해서 아주 막 나갈 수 있다.

굳이 그러지 않는 이유는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다양한 자극 때문에

우리 노견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뒷목 잡고 쓰러질까 봐.


우리 노견이 나이가 들고 치매에 걸리다보니

내가 할 수 있냐 없느냐, 그런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우리 노견이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우리 노견 -어르신-을 함께 모시고

어딜 가기는 해야 할 텐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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