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22주차
우리 노견이 치매 진단을 받은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달력에 표시를 해 놓은 것은 아니라 정확히 얼마만큼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반년 가까이 지나지 않았을까?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감정을 경험했다.
과거를 돌아본 적도 많고 미래를 상상한 적도 많다.
내 손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제쳐두고 현재 상황부터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다행스럽게도 병세가 심해지진 않았다.
대소변을 못 가리고, 한 곳에서 빙글빙글 돌고, 밥그릇도 입 앞까지 대줘야 하지만
먹고 자고 싸고, 이 세 가지는 아주 원활하게 하고 있으니 아주 만족스럽다.
가끔 우리 노견이 밥을 덜 먹는 날이 있는데 아주 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왜 남겼을까. 소화가 잘 안 되는 걸까. 속이 불편한 걸까. 통조림이 상한 걸까.
어제 밥을 너무 많이 줬나. 잠을 잘 못 자서 식욕이 없는 걸까. 특식을 해 줘야 할까.
영양제를 더 챙겨 줘야 할까. 너무 자주 먹여서 메뉴가 질렸나.
식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우리 노견이니만큼
밥 한 숟가락만 덜 먹어도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밥도 밥이지만 날이 더운 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자랑스럽게도 우리 노견이 아주 잘 버티고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적절하게 섞어 사용하면서 나도 시원한 여름 방학을 즐기고 있다.
싸늘한 바람 아래에서 편히 자는 우리 노견을 쓰다듬으면서 점심 밥을 먹고 있자면
꽤 영화 같은 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내려쬐는 햇빛, 창문을 듬성듬성하게 가리는 블라인드, 털털 돌아가는 먼지 쌓인 선풍기.
귀를 덮는 헤드셋,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TV 프로그램, 조촐한 점심.
숨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깊은 잠을 자는 우리 노견, 이리저리 구겨진 담요.
소소하고 별거 없는 일상. 제일 그리워하게 될 지금.
우리 노견을 돌보는 게 참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적어도 우리 노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 마음이 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무작정 힘을 내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몇 년을 더 원망하지 않을지 궁금하다.
우리 노견을 사랑하는 마음이 책임감과 미운 정으로 변하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우리 관계의 막을 내리는 말이 과연 '이쯤 되면 할 만큼 했다'일까, '너도 나도 지독하게 노력했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