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벌써 반년

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24주차

by 휴지

매주 같은 제목을 적는 탓에 확 와닿지 않았던 것이 있다.

브런치에서 연재를 시작한지도 벌써 6달이 다 되어간다는 것이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언제 처음 글을 썼나 확인을 해 보니 올해 2월 말이더라.


반년동안 제자리걸음을 걸은 나 자신에게 박수.

퇴보하지 않았다는 것에 기꺼이 행복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 있겠다.

어쩌면 티끌만큼 앞으로 나아갔을 수도 있지.


그리고 반년동안 재미도 없는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치매 걸린 노견과 함께하는 일상을 적어내릴 뿐인 단순한 글을 읽어 주시고

가끔은 댓글도 달아 주시고, 브런치를 떠올릴 때마다 괜히 행복해지곤 한다.


저번 주에도 썼듯이 우리 노견은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낸다.

낮에도 밤에도 잠만 자는 터라 산책은 자주 못 가고 있다.

너무 바깥과 접촉이 없으면 우리 노견에게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아서

편의점 갈 일이 있을 때 안고 가기만 한다.

딱 공기만 쐬어주는 정도.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대소변도 잘 싸고, 이상적인 생활이다.


아, 맞다.

'저번에 방에 배변 패드를 깔까 말까 고민된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배변 패드 대신에 강아지용 기저귀를 쓰고 있다.


한 한 달정도 시험 삼아서 사용하고 있는데 꽤 괜찮은 것 같다.

기저귀를 쓰면 생식기에 대변이 묻어서 세균 감염이 일어난다든가

안 쓰던 것이라 불편하다고 우리 노견이 막 히스테리를 부린다든가

그럴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노견은 불편함을 잘 견디어 주고 있고

건강한 변은 깔고 앉아서 뭉개는 게 아닌 이상에야 잘 안 묻더라.


이로써 나는 스트레스에서 한 층 벗어나게 되었다.

외출할 때도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아, 너무... 신난다.


자주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으면 통풍이 안 되어

피부에 병이 날까 봐 내가 집에 있을 때는 풀어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소변을 치우는 일이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눈 감았다가 뜨면 똥발자국을 이곳저곳에 찍어놓는 불상사를

면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지?


아무튼 브런치에 6달 동안 꾸준히 연재한 자신을 칭찬하며 글을 마치겠다.

글은 읽고 계시는 여러분도 안 읽고 계시는 여러분도

오늘 하루가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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