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이라니

삼십대는 일곱 번째, 엄마는 처음이라⋯

by 박아담

올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벌써 12월이고, 어제는 올해 첫눈이 펑펑 내려 새하얀 세상이 되었다. 원래 첫눈은 항상 날리는 눈이어서 시시한데, 그런 예쁜 눈이 내려도 나는 아이와 집콕이다. 이번 주는 꽤 추워져서 3일째 대문 밖에 나가지 않았다. 올해 1월 우리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고, 오늘까지 무사히 자라주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번 달에는 돌잔치 준비를 하고 새해가 되자마자 돌잔치를 할 것이고, 곧 무시무시한 복직이 기다린다. 다시 돌아가 잘할 수 있을까? 우리 아기는 어린이집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삼십대는 일곱 번째인데, 엄마는 처음이라 처음인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 처음 하는 것들이 점점 없어지곤 했다. 새로운 환경에 가더라도 제법 해봤던 일들이라 꽤나 적응을 빨리 하게 됐고 그만큼 금방 권태롭기도 했다. 아기가 태어나니 참 모든 게 새롭다. 아기가 뒤집기를 하는 것, 옹알이를 하는 것, 걷는 것, 박수, 곤지곤지⋯ 음악이 나오면 엉덩이도 들썩, 어깨도 도리도리 한다. 춤 비슷한 걸 춘다. 춤도 본능이었다니. 새삼 놀랍다.


그렇게 아기의 예쁜 짓을 지그시 바라보면 나중에 이 순간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싶어 아쉬운 마음이 절절하다. 하지만, 남편이 야근이나 숙직을 할 때 아기랑 하루를 꼬박 보내면 그 하루가 너덜너덜해진다. 그런 날엔 커리어우먼처럼 차려입고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면서 출근하는 나를 그려보기도 하는데, 다른 손엔 아이의 손을 잡고 있을 거란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난다. 엄마, 며느리, 딸, 직장인- 수많은 역할들이 내 앞에 있지만 그만큼 가진 것이 많다는 뜻일 테지. 그래 지금의 내가 제일 부자다. 남편도, 아기도, 양가 부모님도 건강하시고, 직장도 있다. 힘에 부치다가도 나의 이십대를 떠올리면 힘이 절로 난다. 그 불안하고, 초조하고, 애간장이 다 쪼그라들던 이십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얼굴살만 되가져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무튼 이십대를 생각하면 사실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은 그때의 내가 꿈꾸던 것들이다. 취업, 결혼, 임신과 출산⋯. 그 어려운 것들을 조금씩 늦긴 했지만 턱턱, 해내온 것이다. 지금도 쉽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서 더 감사한 하루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양가 가족 모두 건강하고, 지인들 모두 무사하고⋯. 그래도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타이밍'이라 생각한다. 운이 좋게도 제대로 된 취업은 좀 늦었지만 결혼이 하고 싶을 때, 아이를 갖고 싶을 때 너무 늦지 않게 그런 것들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만약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이십대에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았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아이는 그런 나를 더 끔찍해했겠지.(물론 닥치는 상황마다 아주 잘 받아들이고 잘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진심으로 존경함!)


마음이 먹어질 때, 내킬 때, 우리는 몸과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게 아닐까. 무엇이든 간에 떠밀려서 하는 건 모의고사 한번 보지 않은 중학생이 재수는 할 수 없는 수능시험장에 가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물질적 준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마음의 준비, 받아들일 준비⋯


그래 이제부터 복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겠다. 쉽지 않은 준비가 될 것 같다. 하, 워킹맘이여⋯!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