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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Jan 12. 2022

인간 실격

누구보다 인간처럼 살고 싶었던 그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p.17
누구든 남이 비난을 퍼붓거나 화를 낼 때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저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 사자보다도, 악어보다도, 용보다도 더 끔찍한 동물의 본성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중간 생략) 그리고 그런 본성 또한 인간이 되는 데 필요한 자격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저 자신에 대한 절망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p.18
인간의 삶에는 서로를 속이면서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량한 불신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p.26
이 세상의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두려웠고 그 구조가 불가해해서, 창문도 없고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그 방에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바깥이 비합법의 바다라 해도 거기에 뛰어들어 헤엄치다 죽음에 이르는 편이 저한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p.49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p.61
어차피 들킬 게 뻔한데도 솔직하게 말하기가 무서워서 반드시 뭔가 꼬리를 다는 것이 저의 서글픈 버릇 중 하나인데,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멸시하는 성격과 비슷하지만 저는 무슨 득이라도 보려고 그런 꼬리를 단 적은 거의 없습니다. p.80
남들한테 호감은 살 줄은 알지만 남을 사랑하는 능력에는 결함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p.81
무구한 신뢰심은 죄인가? p.118
그러나 제 불행은 모두 제 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항의할 수 없었고, 또 우물쭈물 한마디라도 항의 비슷한 얘기를 하려 하면 넙치가 아니더라도 세상 사람들 전부가 뻔뻔스럽게 잘도 이런 말을 하는 군 하고 어이없어할 것이 뻔했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말하는 '방자한 놈'인 건지 아니면 반대로 마음이 너무 약한 놈인 건지 저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죄악 덩어리인 듯, 끝도 없이 점점 더 불행해지기만 할 뿐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없었던 것입니다. p.122
아아, 이 사람도 틀림없이 불행한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은 남의 불행에도 민감한 법이니까 하고 생각했을 때 언뜻 그 부인이 목다리를 짚고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p.123



누구보다 인간처럼, 인간과 어울리며 살고 싶었던 그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인간'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존재였고, 그들이 사는 '세상' 또한 자꾸만 물음 짓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되고자 애썼지만 결국 그들과 같은 인간이 되지 못하고(어쩌면 되지 않고)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 낙인찍고 세상에서 멀어졌다.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그가, 부끄러움을 고백할 줄 알았던 그가 과연 인간 실격 일까.

잠시동안 만났던 그를, 나는 감히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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