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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Jan 20. 2016

잘 버텨주기를

어디서든, 누구라도

우리 집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그의 이름은 '대지'. 약 7개월 전, 음식점을 지나던 언니는 냐옹-냐옹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어떤 할아버지께서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 여기에 두고 가신 것 같다고, 음식점 주인아저씨께서 말씀해주셨다. 그곳엔 대지와 함께 버려진 비슷한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주인아저씨께서는 고양이들이 장사에 방해가 되니 데려가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언니는 망설이다 가여운 두 아이를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마땅한 상자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집에 돌아오는데, 한쪽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던 한 마리는 그대로 도망가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대지만이 우리 가족의 품으로 들어와 주었다.

대지 혹은 돼지

그제부터 찾아온 강추위에 폭설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눈은 금세 발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쌓였고, 매섭게도 부는 바람 때문에 어제의 학원 강의를 포기해야만 했다. 나가면 모든 것을 얼려버릴 것 같은 딱 그 정도의 날씨였다.

언니는 어제저녁 친한 친구가 곧 국가고시를 본다며 초콜릿과 함께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그 친구도 우리 자매처럼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터라, 대지를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 우리는 대지를 담요에 꽁꽁 싸맸다. 따뜻한 집에서 온종일을 보내는 대지는 바깥의 추위를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내 품속에서 덜덜 떠는 대지 때문에 내 팔까지도 진동이 느껴졌다. 코는 진한 핑크색으로 바뀌고 흩날리는 눈 때문에 연이어 깜빡 거리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우리는 대지에게 '넌 축복받은 아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폭설과 칼바람, 연일 계속되는 한파 속에서 길고양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날이 추울수록 길고양이는 살기 위해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 체온을 나누면 좀 더 따뜻해진다는 것을, 아이들은 온몸으로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마리의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에게 따뜻한 털 난로가 되어준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몸을 웅크린 채 이 추운 겨울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선하기만 하다. 추운 계절이 하루빨리 지나갈 수 없다면, 그저 잘 버텨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야속하게도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사람마저 포기한 이 계절을 잘 견뎌내 주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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