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전기 자전거

by 버들



나의 생각하는 소비생활 : <사고재비>

04. 전기 자전거



30대가 되어서도 한동안 내 인생에 오토바이는 안장에도 앉을 일 없는 이륜차라고만 생각했다. 보호막 없이 빨리 달리는 것과 시끄러운 소리, 사고의 위험에 대한 공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시야에 들어온 게 오토바이를 닮은 전기 자전거였다. 오토바이같이 생긴 것이 최고속도는 25-30km/h이고 한번 충전에 40km는 달리는데 한 달 전기료가 100원이라고? 대중교통이 다니는 시간에는 택시를 타지 말자 주의고, 걷거나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전기 자전거는 좀 더 넓은 생활 반경을 가져다줄 유용한 수단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엄마 몰래 구입을 결정했다. (아무래도 너무 오토바이같이 생겨서...)




여러 군데를 검색 후 집 근처에 있는 오토바이 가게에 갔다.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는 것도 좋지만 오며 가며 자주 들러 점검받을 곳에서 구입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 (반년도 안돼서 이사할 줄도 모르고) 그곳에서 양심 냉장고 사장님을 만났다. 얘는 오토바이만큼은 아니더라도 무거운 아이다, 잘 몰 수 있겠냐 (급기야 운전연습을 시키시고) 너희 집 고바위라며(해방촌) 얘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판매와는 반대 방향의 이야기를 하시는 게 몇 군데 전화드렸던 판매점 사장님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분들은 한국에 들어오면서(일본 제품) 한국 법률에 맞게 제한 걸려있던 속도를 해제해줄 수 있고 같은 이유로 빠진 채 들어온 클랙슨 소리를 다시 나게 해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셨는데.. 이 사장님에게 그 점들을 말씀드리니 불법이라 본인은 해줄 수 없다고 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왠지 마음이 기울어 여기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첫 운전. 후덥지근했던 그날의 날씨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물감 푼 하늘을 기억한다. 직접 가져다주시겠다는 걸 우겨서 몰고 나오긴 했는데 악셀 당기는 손의 감각이 낯설어 진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식당에 가서 일본 라멘에 교자를 먹으며 생각했다.
어쨌거나 묵직하고 빨리 달리는 바퀴가 생겼으니 사고로 내 수명이 어제에 비해 짧아질 확률이 높아진 건 분명하구나. 그렇다면 내가 미루지 않고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단박에 떠오른 한 사람이 있었다. 전기 자전거를 사던 그날이 가기 전에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한 건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잘한 일이라 여길 것 같다.

사부작 걷거나 자전거로 동네를 다니다가 전기 자전거를 타고부터는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애매하고 어중간한 거리의 동네 탐방을 많이 하게 되었으니 전기 자전거가 내 삶에 여러모로 즐거운 변화를 가져다준 것이 분명하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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