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들 Aug 27. 2020

그림 의뢰




 그림은 청첩장에 들어갈 그림은 아니고요,  소규모로 식을 올리는 예비 신부님이 청첩장도 웨딩 촬영도 하지 않지만 그림으로는 지금을 남기고 싶다고 의뢰해 주신 일러스트레이션이에요.

2008년부터 지금까지 회사와의 일만 해오다가 처음으로 개인 일을 의뢰받아 작업한 작업물인데요, 아래에 있는  청첩장 그림을 보시고 DM 주셨어요. 그간 가까운 지인에게 청첩장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 선물했던 일은 왕왕 있었어요. 하지만 일로써는 의뢰가 들어와도 다양한 핑계로 거절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서로 납득할 만한 체계가 없다 보니  안에서 받을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이 컸던  같아요. 한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마음이 동하더라고요. 의뢰해 주신 분의 진심이 담긴 글이  마음을 흔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일을 대하는 자세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느꼈어요.  분이 연애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 취향과 사진  다양한 정보를 요청해서 산문집 읽듯 읽으며 머릿속에 형체화시켜 그림을 그려 나갔어요.

 분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에 작업을 완성했는데, 단순한 그림임에도 외모와 분위기가 닮아서 놀랍다는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결혼식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은 터라  상황을 딱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마스크를 쓰고 사진 찍을 생각에 속상하셨다고 해요. 그러다가 보내드린 그림을 보고 울컥해서 눈물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데  안에서도 쉽게 느껴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들이 올라왔어요. 상업적인 일을 하면서도 물론 진정성 있는 피드백을 들을 때가 많지만 그것과는 결이 다른 벅찬 마음을 생생하게 전달받은 기분이었어요. 돈을 받고 그려드린 일이지만 작업하는 동안의  마음가짐은 상업적인 일과  개인작업의 중간 즈음이었거든요.  안에서 옳다고 생각하며 쌓아온 세계가 기분 좋게 무너지고 지금은 또다시 어떠한 형태로 쌓아나가는 중이라는 기분이 들어요.

 사람의 이야기에 이토록 깊게  기울이고 그렇게 완성한 그림을 본다는 것은 제게도 뜻깊은 일이었어요. 정제되지 않은 감동을 공유해 주시는 마음도 무척 좋아서 계속 경험해보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고요. 물론 어쩌면 제가 예전에 걱정했던 이유로 일이  배로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계속 그려나가보고 싶네요.  그림의 결을 좋아하시고,  그림체로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간직하고 싶으시다면 am_327@naver.com 메일주세요.

#해방촌공방 #studiopm327

작가의 이전글 해방촌 공방 스튜디오 PM3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