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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Mar 07. 2018

세번째 요가이야기

우띠따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

#Thebirthofvenus  #hommage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을 고개 숙여 본다. 기반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다. 발바닥이 지구에 닿아 있다. 거기에서 부터 받아들인 힘이 내 안으로 스며들어 몸을 세우고,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한 번도 잃어본 적이 없는 다정한 것들과 잃어본 탓에 시간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린 것들이 가장 아래쪽에 켜켜이 쌓여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봄을 알고 여름과 가을, 겨울을 경험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이 되면 노을을 만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숨을 쉴 수 있고, 바다를 보러 가고 싶을 때엔 육로로 이동하여 한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바다의 푸른빛을 앞에 둘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아주 당연해보이지만 실은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을 알고, 그것을 기억하는 일이 내 삶에서 아주 단단한 기반이 된다. 내가 가진 것과 나를 떠나간 적이 없는 소중한 관계와 풍경들은 모두 거기에, 당연하지 않게 존재한다. 오래 걸으며 알게 된 것은 계절도,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일도 아주 대단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발이 두 개라는 사실도 당연하지 않다. 두 다리 중의 하나를 들어올리고 골반을 열면 때로 시선을 옮기기가 두려워진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발바닥을 낯설게 느끼고, 거기에서 올라오는 힘을 고맙게 바라보고, 숨을 한 번 깊게 쉰다. 그제서야 시선을 옮겨 발을 뻗은 쪽과는 다른 방향 멀리까지 응시 할 수 있게 된다.

태어나서 한 번도 잃어버리지 않았던 많은 것을 생각한다. 나는 숨을 잃어본 적이 없고, 어머니와 아버지와 언니를 잃어본 적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해가 먼저 도착해 세상이 환하였고, 겨울이 되면 춥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열살때부터 친구였던 친구들도 여전히 곁에 있어서 때때로 만나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말하며 웃는다.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삶이 여기에 도착했다. 발을 디딘 여기에서 저기로, 걸음을 옮긴다.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고개를 들어 더 먼 곳을 바라보며 걷는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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