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어야 할 책과 글 작업이 조금씩 미뤄집니다.
게으름 하나는 성실하게 타고 난 듯합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글은 그저 점으로,
책은 단지 그림으로 비칠 뿐입니다.
뜬금없이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인적도 없는,
수평선과 지평선의 무한함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그래서 나의 유한함을 새삼 깨닫는 한적한 바다가 그립습니다.
프랑스의 노르망디에서 그 바다를 보았습니다.
뭉게구름이 떼지어 하늘을 뒤덮고,
일렁이는 파도가 갈수록 격해지고,
바람은 거세져 머릿속 산만한 상념을 날려버립니다.
이곳에 서 있기 때문에 돌아갈 곳을 잠시 더듬어 봅니다.
상처와 아픔이 떠오릅니다.
추억마저 아련한 고통을 사뿐히 얹어 다가옵니다.
그때 그 바다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이 떠올랐거든요.
그걸 잊으려 바다를 떠올렸는데,
바다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밀어냅니다.
어쩔 수 없이 원고를 펼칩니다.
한 글자,
한 문장,
한 단락을 뜯어보면서 오늘 하루를 보냅니다.
지루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