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일단 질러야 합니다

내키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쓰세요

by 글담

첫 문장. 가슴 떨리는 첫 문장을 쓴다는 것은 아마도 작가들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어떤 작가는 첫 문장을 두고 “첫 문장과 함께 돌이 굴러가기 시작한다”라고 했습니다. 일단 첫 문장이 시작되어야 글이 방향을 찾아 가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풀어 놓을 수 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첫 문장에 따라 글의 전체와 성격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 말까지 들으면 글을 쓰려고 들었던 펜을 다시 놓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A4용지 100매 정도 되는 원고를 쓴다고 했을 때, 단지 한 문장으로만 이뤄진 첫 문장만으로 책의 가치를 결정된다는 말이니까요. 어떤 글을 쓸지 대충의 그림도 그려놓고, 나름대로 구성까지 해놓은 상태에서 첫 문장만 하염없이 부여잡고 있으려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언제까지 첫 문장을 붙잡고 끙끙 앓을 수는 없습니다. 글을 써야 전개가 되고 뭔가 결과가 나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죠. 이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사실 첫 문장이 아무리 중요하고 책의 전체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반드시 그렇다는 절대 법칙은 아닙니다. 그렇게 첫 문장을 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첫 문장은 글쓰기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담고 있어도 충분히 좋은 문장입니다. 모든 작가가 모든 작품에서 불후의 첫 문장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시작하는 마중물로 첫 문장을 써보는 게 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의 저자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는 책에서 “최초의 한 문장을 쓰고, 새로운 문장을 더 보태는 것이 글쓰기다”라고 했습니다. 한 문장부터 쓰고 이어서 또 다시 문장을 쓰다 보면 어느덧 글은 제 갈 길을 찾아갈지도 모릅니다.


단 한 번에 긴 글을, 원고 한 편을 써내려가는 경우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글쓰기 신이 빙의한 듯 ‘미친 듯이’ 글을 쓸 때가 있습니다. 그때 첫 문장이 훌륭했던 덕분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어떻게든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글이 스스로 힘을 가지고 글쓴이를 끌고 가는 경험이었습니다. 소설가들은 가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캐릭터나 글의 내용이 저절로 방향을 잡고 가더라는 경험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저는 애초에 글을 쓰기 위하여 메모 수준의 글을 쓰는 것을 ‘생각글’이라고 합니다. 생각글은 아무래도 어떤 글을 쓸지 정리하는 정도라서 메모에 가까울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 메모가 원고의 마중물이 됩니다.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서를 스스로 마련한 것이자, 글의 물꼬를 틔우는 역할을 한답니다. 초고를 쓰기 전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초고는 말 그대로 초고입니다. 저에게 가끔, 아니 사실 매번 글쓰기 과제를 내놓는 분들은 ‘아직 초고예요”라는 말을 늘 꼬리표처럼 붙여서 말합니다. 즉 완성되지 않았다, 마구 쓴 글이다, 그러니 너무 정색을 하고 평가하지 말아 달라는 속내를 담은 표현이죠. 어쨌든 그분들의 의도처럼 초고는 마구 쓴 글에 가깝습니다. 이 또한 완성된 글의 전 단계이죠. 그러니 초고를 내놓는 분이나 그것을 읽는 저도 그리 긴장할 필요가 없죠. 그저 초고는 초고대로 보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됩니다. 오히려 초고를 써온 것에 대해 서로가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초고는 처음 쓴 원고이니 당연히 수정의 과정을 거칩니다. 퇴고의 과정을 통해서 여러 번 수정을 하면서 글꼴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이때 얼마든지 첫 문장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쓰는 게 중요하고, 쓰고 난 뒤부터 내키는 대로 지르듯 글을 끌고 갈 줄 알아야 합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내키는 대로 쓰는 것입니다.


● 글쓰기의 첫 번째 관문은 첫 문장을 쓰는 것입니다.

● 사실 ‘첫 문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초고나 ‘생각글’의 첫 걸음을 떼는 게 더 중요합니다.

● 첫 문장은 글쓰기의 ‘첫 걸음’이 되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쓰는 것입니다.

● 일단 써라, 마구 쓰는 것부터가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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