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파트 마당에는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내 키보다 큰 나무에서 핀 목련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햇빛이 통과하며 투명해진 뒷모습을 보여줄 뿐이랍니다.
가림막이 되어준 목련 덕분에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을 보려 눈을 살짝 감지 않아도 됩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잎은 마치 하늘을 날아갈 듯 펄럭이는 날개로 보입니다.
목련의 얼굴을 보려면,
멀찍이 떨어져서 봐야 우아한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얼굴과 얼굴이 겹쳐 또 다른 얼굴을 만들어내는 목련.
봄은 그렇게 다양한 얼굴로 다가옵니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내가 알고 있지 못한 얼굴을 가끔 보여줍니다.
마치 봄의 얼굴이 여러 모습인 것처럼.
목련은 활짝 피었다가 어느 순간에 시들더니 거뭇거뭇 타올라 땅에 떨어집니다.
순백의 미를 한껏 보여주는 목련만이 아름다운 게 아닙니다.
짙은 갈색으로 타올라 땅에 떨어지는 꽃잎의 비장미도 아름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모습이 진짜인지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모습이 옳다고 평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각자의 삶에도 여러 순간이 찾아오겠죠.
그 순간을 담담히 볼 수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