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하는 동안 먹구름은 늘 따라다녔습니다. 가는 곳마다 비는 매일 나누는 인사처럼 찾아왔습니다.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비가 기어이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에서도 인사를 건넵니다.
아쉬움 탓일까요.
그렇게 내리던 비도 반가웠습니다.
마치 여행을 계속 할 것처럼 비가 따라 오는 듯했거든요.
그렇지만 이제 저 운하의 바깥인 바다를 건너 익숙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여행이었는데,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러 내가 만든 시계 안으로 스스로 걸어가 갇히려 합니다.
“선배, 여행 이야기 써야죠.”
함께 간 후배는 당연히 여행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 한다고 틈날 때마다 조릅니다.
글쎄요.
딱히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습니다.
풍경을 묘사하고,
감상을 정리하고,
뭔가 다른 통찰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글쓰기가 숙제가 되어 짓누르니 쓰기가 싫어집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몇 년이 지나 그때의 아쉬움을 떠올려봅니다.
아쉬움으로 여행을 끝낸 듯했지만,
그 아쉬움이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여전히 뭔가 다른 이야기를 쓸 수는 없지만,
아쉬움의 끝에 또 다른 뭔가가 시작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습니다.
아쉬움이 또 다른 시작인지도 모르고,
끝남의 미련만을 붙잡고 있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테죠.
그렇다고 해서 매번 거창한 발걸음을 옮기자는 것은 아닙니다.
소소한 삶만큼이나 소박한 길을 떠나는 새로운 시작을 말할 뿐입니다.
어디론가 떠났다가 끝에 다다른 것을 아쉬워하고,
아쉬움을 달래다가 또다시 떠나는 길.
아쉬움을 못내 털어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물길처럼,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처럼.
언젠가는 흘려보내는 법도 깨닫게 되겠지요.
아쉬움을 느꼈기에 또 한 번 달래고 채우려고 할 테고요.
때로 진한 아쉬움을 떠올리며 허망한 마음을 달랩니다.
오늘처럼 짙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