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급한지

by 글담



카페 안에 거꾸로 매달아둔 장미는 활짝 핀 바깥의 봄꽃들과 달리 시들었습니다.

한껏 피었던 꽃봉오리는 시들어 쪼그라들었고,

진한 녹색의 꽃잎도 생기를 잃고 메말랐습니다.

장미는 생기발랄한 짧은 인사를 하고는 쇠락한 삶의 기운을 풍깁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글을 쓰다 보면,

글을 버릴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아까워도 앞뒤 맥락에 맞지 않거나,

혹은 길의 끝으로 가지 못하고 헤맬 때,

그 글은 생명을 다했다고 봅니다.


한때는 버리기에 아까운 글은 재활용을 하겠답시고 모아두었습니다.

영원히 맞추지 못할 퍼즐 조각들만 잔뜩 모아둔 셈이죠.

뒤늦게라도 남겨둔 글이 갈 방향을 찾을 수 있었던 적도 있긴 합니다.

그럴 때면 그냥 흩어지고 만 글들이 괜스레 아깝다고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때마다 혼자 중얼거리죠.

뭐가 그리 급했는지.


글감을 모아둔 것이라면 될 텐데 왜 그리 급하게 버렸을까요?

그건 아마도 상념만 잔뜩 남은 글이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글감으로는 생명력을 잃었다고 여겼습니다.

상념보다 이야기가,

혼자서 구시렁대는 것보다 사람들의 일상이 글감이라 생각했습니다.

상념이 나만의 통찰처럼 보이더라도 이야기가 없다면,

혼자만의 망상일 가능성이 크죠.

사실 통찰이라는 것도 일상과 이야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는지.

니체의 통찰이 산책에서 나온 것처럼 말이죠.


장미도 글도 급하게 시들고 버린 건 아닌 듯합니다.

자기 생을 다했으니 떠나거나 떠나 보내는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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