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와 키워드가 분명해야 합니다
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글을 쓴다고 할 때였습니다. 주위에서는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죠. “아니 대체 왜?”라는 그 눈빛을 보고도 저는 몰랐습니다. 그냥 쓰는 거지, 하고 일을 받아서 원고를 썼었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선머슴이 날뛰는 꼴이었습니다.
처음 원고를 써서 출판사에 가져다 줬을 때는 혼도 많이 났습니다. 문장이 길고,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혹평을 받았죠. 처음 쓰는 글이니 그렇게 혼날 줄은 예상했던 터라 딱히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궁금한 게 있었죠. 이런 초보에게 원고료를 주는 결단을 어째서 내렸는지 말입니다. 그냥 쓰는 글이 아니라 돈을 받고 쓰는 글은 아무에게나 주지 않을 텐데.
당시 편집장님과 담당자는 그나마 제가 구성과 기획을 할 줄 안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때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사실 구성안과 기획안을 짜는 것은 저에게는 익숙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기 전에는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이나 군대, 회사에서 제가 맡은 일은 주로 기획이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계속 해왔던 것이죠. 그때의 경험이 글을 쓸 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개똥도 약에 쓸 일이 있다더니 과거의 경험은 글쓰기의 좋은 자양분이 돼준 셈이죠.
구성과 기획안은 원고의 주제, 핵심 메시지, 관련 키워드 등을 뽑아서 챕터, 즉 목차를 뽑아 각각의 개요를 작성하는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서 주니 몇 가지 피드백이 왔고, 수정 보완을 한 구성과 기획안에 따라 원고를 썼습니다. 제가 글쓰기에 다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늘 해오던 일, 익숙했던 과정을 글쓰기의 입문에서 한 덕분이었죠. 아마도 출판사 사람들은 “이 친구가 이번 원고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제대로 알고 있나 보네”라고 판단했을 테죠. 구성과 기획안을 잘 만들었다고 했으니 말이죠.
글쓰기는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지 알 수 없다면, 구성이나 기획은커녕 첫 문장조차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구성이나 기획 등 원고의 핵심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 산이 아닌가 보다”라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문장이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수정은 늘 있었습니다. 이러한 ‘퇴고’는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질책은 거의 듣지 못했으니 첫 단추를 잘 꿴 셈입니다. 이게 어쩌면 제가 10년 넘도록 글쓰기로만 먹고 살 수 있었던 자산일지 모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화려한 문장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입니다. 문장이 참 좋네, 하면서도 그 가치는 평가절하 되기 일쑤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화려한 문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명확하게 하는 좋은 방법은 이야기의 대상을 정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 고민하면 뚜렷한 메시지와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 떠오를 겁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 정보, 지혜 등을 한 권의 책이나 한 편의 에세이에 전부 담을 수는 없습니다. 또 모두에게 전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즉 구체적인 그 누군가에게 단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할 때, 글은 좀 더 뚜렷한 의미를 남길 수 있습니다.
아주 추상적인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각각의 소분류, 즉 목차로 잘게 나누어 작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충실해지기 위한 것입니다. 짧은 글을 쓰든 긴 원고를 작업하든 간에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이야기를 글 속에 담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듣는 이가, 보는 이가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그게 단 한 명일지라도 말이죠.
● 글은 기획으로부터 시작합니다.
● 무턱대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에 휘둘려 쓰는 것은 넋두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 결정해놓고 써야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글을 잘 쓰는 것과 책 한 권 쓸 수 있는 기획은 다른 역량입니다.
● 기획을 잘할 수 있으려면, 구성을 짤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