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디자인을 잘해야 합니다.
제가 만난 분들 중에 공간 디자이너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말했습니다. 공간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디자인 이론이나 기법, 시각 위주의 디자인 등을 이야기할 줄 알았습니다. 그분은 그런 어렵고 낯선 이야기를 꺼내는 대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디자인을 말했습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사람이 중심이라는 말은 어쩌면 상투적이라는 생각에 슬쩍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공간은 사람이 머무는 곳이잖아요? 그곳에 드나드는 순간부터 머물고 나갈 때까지 사용자의 시선과 느낌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는 거죠.”
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디자인이라고 하면 시각적인 미를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여태껏 예쁘고 보기 좋은 비주얼만 따졌지요. 이런 시선이 얼마나 공간에 대한 몰이해를 담고 있었는지 몰랐던 겁니다.
가끔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에 우리는 주눅이 들곤 합니다. 공간 안의 편의성이나 안락함은 생각지도 못하고 “대단하네!”라고 감탄사만 날렸죠. 추운 겨울에는 덜덜 떨어야 하고, 더운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려야 하는 그 공간을 두고 말이죠.
사람이 중심이 되지 못한 공간은 그저 압도적으로 기를 죽일 뿐입니다. 나치의 건물이 그러했고, 우리나라도 규모와 권위만을 내세운 건축물이 많았었죠. 이런 건물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디자인의 관점에서도 그렇지 않을까요? 사람이 중심이 되지 못하니 갈수록 텅 빈 공간이 되죠.
공간 디자이너와의 대화를 통해 무엇보다 디자인과 글쓰기의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게 큰 수확이었습니다. 글쓰기도 엉뚱한 디자인, 즉 당장 눈에 보이는 디자인에만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문장의 화려함이나 기교,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직설적으로 내뱉는 식의 글쓰기는 디자인이 되지 않은 글을 만들어냅니다.
글쓰기도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또 끌고 갈지를 그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긴 글을, 책 한 권의 분량을 쓸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하지 않고서는 글을 계속 써나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A4 용지 한 페이지, 두 페이지는 채울 수 있어도 열 페이지, 백 페이지는 불가능합니다. 한두 페이지조차도 글의 전개와 구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즉 디자인을 하지 않으면 읽기 힘든 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작가는 디자이너입니다. 글을 쓰려는 사람도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구성과 기획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요즘 웬만한 정보나 가치 등은 이미 나올 만큼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비슷한 주제와 내용의 책이 쏟아지고, 그중에서 베스트셀러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내용의 차별성이 힘든 가운데 공감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하죠. 이런 것도 저는 디자인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어떻게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디자인을 잘해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글쓰기의 디자인은 글쓰기의 기본으로 가능합니다. 관찰과 사고, 묘사와 전달, 공감 등의 과정을 미리 그려보는 것입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위해 관찰을 하고 사고를 하면서 글의 얼개를 짜는 것이죠. 얼개의 디자인이 끝나면 세부적인 디자인을 합니다. 묘사와 전달 등의 글쓰기입니다. 그렇게 해서 공감을 얻는 것입니다.
작가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나 가치 등을 읽는 이들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춰 쓸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합니다.
앞서 공간 디자이너는 공간을 디자인 할 때 가장 먼저 동선을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선을 살펴보고 그려보는 것이죠. 편리하고 편안하게 공간 안팎을 오가는 것부터가 안락한 공간의 첫 걸음입니다.
글쓰기도 내 글을 읽을 독자에 대해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의 디자인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만 잘난, 껍데기만 화려한 건축물과 같은 글이 될 뿐입니다. 이런 글은 공감은커녕 왠지 모를 거부감을 가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글의 목적이 소통이라고 할 때, 목적을 거스르는 글쓰기는 어리석은 삽질을 하는 꼴이지 않을까요?
● 글을 쓴다는 것은 디자인의 과정입니다.
● 기획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내용의 개요를 짤 수 있어야 합니다.
● 생각을 다듬고 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디자인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 전체의 얼개를 맞춰 놓고 써야 끝까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한 문장, 혹은 챕터에서도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은유와 비유, 사례와 인용의 활용과 배치도 디자인입니다.
● 디자인이 잘 되어야 가독성과 설득, 공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