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글쓰기를 하세요

누구와 이야기할 것인지를 잊지 마세요

by 글담

처음 글 쓸 때는 이래저래 출판사 분들께 많이 혼났습니다. 뭐 그렇게 혼나면서 배웠으니 이렇게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것이겠죠. 고맙게 생각합니다. 진심입니다.

제가 혼난 것 중에서 대체 독자를 생각하고 쓰느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지적은 초창기 때뿐만 아니라 나중에도 가끔 들었습니다. 왜 이런 지적을 반복해서 들을까요? 그건 혼자 ‘필’ 받아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혼자 신나서 마구 쓰고 있는 동안에 누가 이 글을 읽을지 생각하지 않은 것이지요.

초기에 교육 관련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한 교육 전공 교수님의 작업을 돕는 일이었죠. 모든 교수님들이 그렇지 않겠지만, 대체로 제가 겪은 교수님들은 다소 딱딱하고 ‘아카데믹’한 자료와 초안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수님들이 건네주는 자료를 받아 글을 쓰니 아무래도 그분들의 딱딱한 문체와 어려운 용어를 자주 활용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어려운 자료로 A4 용지 100매를 썼다는 것에 아주 뿌듯해 했습니다. 아마 그때도 필을 받아 글을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혼자 그 어려운 이론을 이해해가며 전문 용어를 마구 가져다 이곳저곳에서 활용하던 글쓰기였습니다. 제 딴에는 아주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그 어려운 이론을 이해한 저의 머리에 만족해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 아니 올챙이에 불과한 주제에 뿌듯해 했던 거죠. 그 뿌듯함은 원고를 이메일로 보낼 때까지만 유효했지만 말이죠.

저의 원고를 받은 출판사 관계자에게 이튿날 전화가 옵니다. 어라, 그거 다 읽어보고 피드백을 주려면 며칠은 걸린 텐데, 하고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습니다. 그 전화의 통화내용은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왜 이렇게 어렵게 썼느냐며 편집자가 억지로 짜증을 참는 듯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괜히 자존심을 내세운답시고 항변을 했습니다.

“아니, 자료가 그 모양인데 저보고 어쩌라구요?”

“자료가 어려우니 그걸 쉽게 풀라고 작가님께 원고를 맡긴 거잖아요. 이 책을 누가 읽을지 생각하지 않고 썼어요?”


‘누가 읽을지 생각하지 않고’에서 저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 편집자는 출간기획안을 읽지 않았느냐고 핀잔을 줬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획안에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 핵심 타겟 독자층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아무리 ‘아카데믹’한 사람이라 해도 그 책을 읽을 사람은 평범한 엄마들이었습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교육 전문 용어와 이론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엄마들이 이 책의 예상 독자였던 거죠. 엄마들이 읽을 책인데, 동료 교수나 해당 전공 분야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이해할 법한 글을 썼던 것이었습니다. 이러니 혼날 수밖에 없죠.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한 가지 기준이 생겼습니다. 누가 이 책을 읽을지 생각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누군가를 가상으로 그려보았습니다.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가상의 독자는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교육 관련 책도 제가 일반 독자였던 셈입니다. 교육 분야의 비전문가이자 아이들 교육에는 관심이 있는 독자였죠.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 누군가를 저로 정해 놓은 상태에서 글을 쓰니 좀 나아졌습니다. 제가 ‘보통 사람, 평균 독자’이었으니 스스로 이해되지 않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 됐습니다. 한동안 어렵게 쓰는 글쓰기에 익숙했던 터라 동료작가의 지적과 도움을 많이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의 훈련 덕분에 실제로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되는 글은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할지를 미리 정해 놓고 글쓰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면 쉽고 간결하게 쓰는 글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떠올려도 좋습니다. 말을 걸듯 글을 쓰면 쉬운 글이 나옵니다. 요즘은 어렵게 쓴다고 해서 작가로 인정을 해주지 않습니다.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써야 좋은 작가라고 합니다. 공감은 구체적인 누군가와 나누려고 할 때 가능해집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글도 욕심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진리를 담은 글이라도 누군가는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하고만 소통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도 소통을 해야죠. 그렇다면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떠올려보세요. 보다 더 설득력이 있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 글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말을 걸 대상은 분명합니다.

● 불특정 다수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쓸 수는 없습니다.

● 메시지나 공감의 요소, 문장의 표현과 톤 등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 다수의 사람들에게 맞도록 쓴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합니다.

●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입니다.

● 특정 대상을 떠올리고 글을 쓰는 게 좋습니다.

● 적어도 그 대상이 속한 세대나 분야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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