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기본은 세상을 향한 시선입니다.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순간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입니다. 사실 미리 어떤 내용으로 쓰겠다는 구성과 기획을 해놓았으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은 아닙니다. 지금 해야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상투적이고 지루한 표현은 피하고 쓸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싸매는 것입니다.
글이 딱딱하다고 느껴질 때는 대체로 비유와 은유, 구체적인 묘사가 부족할 때입니다. 지나친 포장이나 화려한 기교도 문제이지만 아무런 양념이 없는 음식은 먹기가 곤란합니다. 제가 쓴 글을 보고 아무 맛도 없다면서 투덜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에세이나 소설을 읽을 때, 그 책의 핵심 메시지를 드러내는 문장을 발견하면 열심히 필사를 합니다. 그러다가 기가 막힌 비유의 문장을 보면 무릎을 탁 칩니다. 감탄사를 내뱉다가도 금세 침울해질 때도 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쓰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 때문이죠.
글쓰기의 능력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일까요?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말만큼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없을 겁니다. 이제 글쓰기에 대한 미련이나 욕망을 비워야 할까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너무 게으른 것은 아닐까? 가만 보니 스스로 만족하는 비유나 은유의 문장은 뜬금없이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디선가 보니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가장 바람직한 글쓰기는 영감이 가득 찬 놀이다”라고 말이죠. 저에게 이런 영감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가끔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나 봅니다. 어디서 영감이 안 떨어지나 하고 말이죠. 또 한 번 저의 어리석음이 드러나네요.
영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비유와 은유의 묘사가 이루어진 글은 영감을 받아야 하지만, 그 영감은 관찰을 통해서 찾아옵니다. 평소에 충분히 관찰을 하고, 관찰의 결과들을 글감으로 차곡차곡 내 안에 쌓아 둔 게 바로 영감입니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 머리를 쥐어짜는 것보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는 게 좋습니다. 골목길을 산책하거나 버스를 타고 세상 풍경을 관찰하는 게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내가 쓰려는 글도 결국 이 세상의 일이고, 또 비유를 드는 것도 사람들이 아는 세상사에서 찾아내는 것이죠. 그래야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라 빙 둘러서 말하는 비유라 해도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 스타일을 의도하고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추상은 막연한 망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인간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로 만들어낸 추상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글 속에 일부 반영하는 것도 경험과 관찰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즉 어쩌면 가장 쉽게 글감으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게 내가 한 관찰의 결과들입니다.
관찰은 호기심으로 가능합니다. 호기심이 없이는 세밀하게 오랫동안 살펴보기가 어렵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호기심이 풍부한 무리들이 바로 작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이나 주변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아마도 ‘내가 왜 미처 이런 것을 보지 못했지?’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관찰의 습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호기심과 더불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새삼스럽게 자신이 잘 아는 것을 살피는 게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 어색함은 그저 혼자 느끼는 작은 불편한 감정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관찰을 하고 글로 옮겨보세요. 좋은 글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딱히 내가 좋아하는 게 없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일부러라도 특정 대상이나 키워드를 정해 놓고 관찰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관찰을 한 것을 가지고 비유의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이죠. 비록 강물에 비친 달빛을 보고 “빛나는 비늘로 덮인 머리 없는 뱀”으로 비유한 정도는 아니라도 “촛불이 하늘거린다”는 표현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요?
● 글 쓸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상투적인 문장과 표현을 피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 직설적인 글은 이성적인 동의를 얻을 수 있지만, 감성적 공감은 얻기 힘듭니다.
● 적절한 비유는 글의 윤활유와 같습니다.
● 비유와 은유, 자세한 묘사 등은 갑자기 잘 할 수는 없습니다.
● 비유의 대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독특한 점을 발견하는 게 중요합니다.
● 호기심이 관찰을 이끕니다.
● 하루에 한 개씩 대상을 정해 비유를 드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 특정 키워드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두고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